임주환 "고3 단짝 신동욱에 미안해 연기 포기 못했죠"(인터뷰)

기사입력 2015.01.20 8:00 AM
임주환 "고3 단짝 신동욱에 미안해 연기 포기 못했죠"(인터뷰)

[TV리포트=김수정 기자] 요란스럽지 않게 묵묵히 10년간 한 길을 걸어온 임주환(32). 그가 드디어 배우로서 만개하고 있다.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그는 SBS 드라마 '매직'으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이 죽일놈의 사랑',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 '쌍화점', 드라마 '꽃보다 남자' 등 다양한 작품으로 연기 생활을 이어갔다. 훤칠한 키, 서구적인 마스크와 차분한 말투는 배우로서 그가 지닌 독보적인 매력이었다.

차분히 배우로서 내공을 닦아온 그이지만 잠재력, 재능에 비해 대중에게 확실히 자신의 인상을 각인시키진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SBS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를 기점으로 '배우' 임주환의 존재감을 확실히 알리기 시작했다. 순수하고 말간 공준수는 임주환 그 자체였고, '공준수 앓이' 열풍까지 불었다.

'못난이 주의보'가 임주환의 밝은 면모를 보여줬다면, 영화 '기술자들'(김홍선 감독, 트리니티엔터테인먼트 제작)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임주환의 또 다른 면모를 드러낸다. '기술자들'에서 마무리 기술자 이실장을 연기한 그는 부드러운 눈빛 뒤에 숨겨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며 스크린을 장악한다.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그는 극악무도하고 냉혹한 이실장 역에 완벽히 녹아들어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한층 넓히는 데 성공했다.

'못난이 주의보'에 이어 '기술자들'을 지나 19일 첫 방송을 앞둔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까지. 오랫동안 갈고 닦은 내공을 이제 대중 앞에 펼쳐 보일 일만 남았다. 조금 더디면 어때. 다음은 건강하고 긍정적인 신념으로 가득 차, 주변 공기마저 밝게 만들었던 임주환과의 일문일답.

-감독이 캐스팅 전 반신반의했다고.

난 한 번도 선뜻 캐스팅된 적이 없었다. 다들 긴가민가해 하시다가 캐스팅하더라.(웃음) 예외가 있었다면 '못난이 주의보'인데, 감독님께서 팬이 만들어준 내 영상을 본 뒤 무조건 나를 캐스팅하고 싶어 했다더라.

'기술자들'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마초, 악역 하면 털도 많고 선이 굵은 남자가 떠오르지 않나. 그러던 중에 내가 나타나니까 당황하셨겠지. 하하. 감독님께서 아예 이실장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바꾸신 거다. 이실장은 영화에 과거가 등장하지 않잖아. 캐릭터 자체도 굉장히 영화적이고. 자칫 잘못하면 웃길 수 있는 캐릭터인데, 그 캐릭터에 나를 캐스팅했다는 건 일종의 도박이었던 거지.

-이실장 캐릭터는 그야말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캐릭터다. 촬영 들어가기 전 나름대로 이실장의 과거를 설정해봤나

일단 이실장이 외국에서 활동했던 용병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얘기한 대로 자칫 잘못하면 현실감각 없는, 붕 떠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다.

맞다. 영화에 등장하는 비중을 떠나 굉장히 디테일하게 접근해야 했다. 연기하는 순간 순간 굉장히 갈증이 났다. 너무 감정을 안 쓰니까 말이다. 내가 살짝 감정을 넣어보면 감독님께서 '아냐, 그거 아니야'라고 하더라. 가급적이면 눈에 띄지 않는 연기를 했다. 현실 감각이 없는, 지극히 영화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내가 줄타기를 잘못 하면 영화 전체의 집중도가 깨질 수 있었다. 이미 얼굴의 흉터부터도 세잖아. 연기까지 세게 할 순 없었다. 그림자처럼 연기했지.

-매번 같은 위치에 흉터 분장을 하는 것도 일이었을 것 같은데

감독님이 소도 때려잡게 생겼지만 엄청나게 디테일한 분이다. 고창석 선배도 그 덩치에 1kg 빠진다고 절대 티가 안 나는데, 감독님은 딱 알아보더라고.(좌중폭소) 촬영장 가면 일단 감독님께서 이실장 흉터 분장부터 본다. 감독님이 '위치 틀렸어' 하면 처음부터 다시 분장하는 거다. 흉터 분장뿐만 아니라 2~3일에 한 번씩 얼굴 태닝도 했다. 나중에는 얼굴이 얼룩덜룩해지더라고.

-액션도 어마어마했다.

기술적인 테크닉보다 실제 액션 같은 장면이 많았지. 그게 이실장이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다 남자다 보니 다들 형동생 했지. 김우빈 씨도 잘했고, 현우씨도 잘했고. 다들 아쉬운 소리 하나 없이 잘 해줬다. 시간이 굉장히 촉박했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갈 여유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곁에서 본 김우빈은 어떤 사람이던가

'상속자들' 때 김우빈 씨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쟤 누구야?'라고 할 정도로 인상 깊었다. 이번에 같이 작업해 보니, 대세라는 이름이 붙을만한 친구더라. 똑똑하고 현명하다. 말할 때 단어선택도 굉장히 깔끔하다. 어머님이 논술학원을 운영하셨다던데, 어렸을 때부터 책을 그렇게 많이 봤다더라. 그래서 그런지 작가님, 감독님이 의도하는 뜻을 정확히 파악한다. '상속자들' 봐, 영도 캐릭터 가지고 놀았잖아. 캐릭터의 행간을 채워넣을 줄 아는 배우다. 어디 가도 칭찬받을만하다.

-'못난이 주의보' 때와 '기술자들'은 같은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극과극 모습이다.

사실 고달프다. 뚜렷한 색깔이 없다는 건 배우에게 양면성이 있다. 중간 위치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뚝심 있게 가야 하는데, 더디다. 

-어찌 보면 데뷔 이래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전성기 아닌가

고등학교 친구가 15명 정도 되는데, 내가 전역할 때 다들 모여서는 다들 안타까워했다. '주환아, 넌 왜 안 되느냐. 이제 남들이 하라는 작품 좀 해'라고 하더라. 하하. 맞다. 이제 회사에서 하라는 작품들을 할 생각이다.

-오래도록 배우로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 뭔가

친구, 사람, 의리 덕분이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뭔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공고에 진학하려고 했다. 부모님이 공무원이셨는데, 무조건 인문계 가서 공대를 가라고 하시더라.(웃음) 인문계 가서 사고도 안 치고 평범하게 다녔다. 그러다가 친구(배우 박성현) 권유로 연극반에 들어가서 연기의 맛을 알게 됐다. (눈시울을 붉히며) 그 친구 권유 아니었으면 지금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른다. 그 친구가 영화 '친구2'와 '기술자들'에서도 단역으로 잠깐 나오는데, 지금 대학로에서 공연하고 있거든. 

(신)동욱이도 고3 내내 1년 동안 짝꿍이었고 연극반도 같이 했다. 이 친구들을 떠올리면서 스스로 잘하고 있나 많이 반성한다. 대표작도 없고, 연기로 상 받은 적도 없는 내가 과연 연기를 잘하고 있는 건가. 수박 겉핥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대학로에 연극 무대를 세우는 게 꿈이라고

청소년 친구들이 마땅히 연극할 공간이 없다. 대학로에 연극 공연장 만드는 건 꼭 이루고 싶은 꿈이다.

-결혼 생각은 없나

배우로서 스스로 만족할 만한 자부심이 아직 없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불확실한 직업인 만큼 어느 정도의 입지는 다진 후에 결혼하고 싶다. 아직은 일이 먼저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영화 '기술자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