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열 어른 부끄럽게 만드는 '훈고딩' (인터뷰)

기사입력 2015.01.21 4:19 PM
여진구, 열 어른 부끄럽게 만드는 '훈고딩' (인터뷰)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시원시원 잘 뻗은 외모와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 성인군자도 울고 갈 성품을 갖춘 '훈고딩'(훈남 고교생). 요즘엔 숨겨진 개그감을 하나 둘 꺼내기 시작,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 중인 배우 여진구(18)가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누나들은 '기쁘다 진구 오셨네'를 외치며 일찌감치 훈내에 취할 준비를 마쳤다.

지난 2013년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 장준환 감독, 나우필름 제작) 이후 2년 만의 컴백이다. 물론 오매불망 기다릴 정도로 오랜만의 복귀는 아니다. 그 사이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으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쳤고 오래전 찍어놓은 영화 '백프로'(14, 김명균 감독)로 짧게나마 관객을 만났다.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로 다큐멘터리 영화 '의궤, 8일간의 축제 3D'(14, 최필곤 감독) 더빙에 도전하기도 했고 '타짜-신의 손'(14, 강형철 감독)에서 카메오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듯 세상에서 가장 바쁜 고등학생이었던 여진구가 고심의 고심을 더 해 선택한 작품 '내 심장을 쏴라'(문제용 감독, 주피터필름 제작)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수리희망병원이라는 정신병원에서 만난 스물다섯 동갑내기 두 청춘이 인생을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스토리를 담은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22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수작 중의 수작인 만큼 웬만한 배우들은 감히 엄두도 못 낼 도전이었다. 뛰어나게 잘해야 겨우 본전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진구는 과감히 용기를 냈다. 어렵고 힘든 가시밭길이 될 줄 뻔히 알았지만 그럼에도 놓칠 수 없었다. 많은 청춘이 희망과 용기를 얻길 바랐고 실제로 자신 또한 이 작품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했기 때문이다. 참 괜찮은 선택, 빛을 발한 용기였다.

"저도 그렇고 지금의 많은 청춘이 힘들잖아요. 제 또래 학생들은 입시에 괴롭고 형, 누나들은 취업이나 또 다른 경쟁에 지쳐 있잖아요. 아마 다들 수명처럼 스스로 갇혀 살아가고 있을 거에요. 세상에 나가길 두려울 겁니다. 그런데 '내 심장을 쏴라'를 보면서 큰 변화까지는 아니지만 약간의 용기와 희망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승민(이민기)이라는 친구는 없지만 늘 수명(여진구) 곁에서 함께 해주는 승민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전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힐링 됐거든요. 고마운 작품이예요.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청춘이 공감할 수 있을 거에요.(웃음)"

열 어른 부끄럽게 만드는 '훈고딩' 여진구의 깊이는 이러했다. 한 마디, 한 마디 깊이가 담뿍 묻어나는 그에게 '내 심장을 쏴라'는 아주 잘 어울리는 맞춤옷이었다. 과연 그가 아니면 그 누가 이 작품을 감당할 수 있었을까. '내 심장을 쏴라'가 선택한 여진구, 여진구가 선택한 '내 심장을 쏴라'는 그렇게 서로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시너지란 말이 가장 잘 부합하는 하모니, 앙상블이다.

여진구는 자신이 연기한 작품을 아주 오래간만에 극장에서 봤다며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그간 성인배우 못지 않은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에 주로 캐스팅됐고 아직 청소년 딱지를 떼지 못한 그는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극장에서 보지 못한 웃픈 사연. 모든 출연진과 감독, 스태프, 그리고 취재진까지 다 함께 보는 시사회가 일생일대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다는 것. 잘한 장면도 아쉬움이 남고 후회도 된다며 토로하는데 그제서야 제 나이다운 귀여움이 뚝뚝 묻어난다.

"아무래도 원작이 있어서 초반에 캐릭터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거든요. '내 심장을 쏴라' 시나리오를 받고 난 뒤 바로 소설을 읽었는데 그것 때문인지 제가 계속 소설 속 수명에 얽매여있더라고요. 원작에 더 빠져있었던 모습이 스크린에서 보여 그게 아쉬워요. 이런 모니터도 처음 해봐서 내년부터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하."

줄곧 "어려웠다"며 한숨을 짓는 여진구는 거친 액션과 극적인 감정을 요구했던 화이 역할보다 수명이 더 어려웠단다. 자신과 정 반대의 성향인 수명을 주변에서 찾을 수도 없었을뿐더러 조언을 구해도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많이 고민에 빠져있었다고.

"일단 저랑 전 반대니까요. 화이는 분석하면 풀어야 할 감정이 많이 나왔는데 수명은 진짜 모르겠더라고요. 인터넷에 찾아봐도 나오지 않고 주변 분들에게 여쭤봐도 딱히 이렇다 할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죠. 진짜 어려운 친구였어요(웃음). 그래서 소설 속 수명에 더 의지했던 것 같아요. 소설에는 영화보다 좀 더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까요. 평상시 멍한 표정을 짓는 수명이 어느 정도의 감정이고 어떤 심리 상태인지 수위를 조절하는 데 노력했어요. 실제 전 수명보다 승민 쪽이 더 가깝거든요. 승민처럼 조용한 거 싫어하고 활발하거든요. 하하."

원작의 수명에 빠져있었다는 고백을 털어놓은 여진구. 무엇보다 원작 속 가녀리고 여성스러운 수명을 어떻게 보여줄지 난제였다고. 계획에도 없던 다이어트를 시작하게 된 것도 수명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돌도 씹어먹을 나이에 식단관리를 하면서 철저한 관리에 들어갔다.

"수명이란 성격 자체에 끌려서 외적으로 보이는 것들은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어요. 정신적으로 고통받는데 저처럼 튼실하고 건장하면 괴리가 생길 것 같았거든요. 하하. 샐러드랑 닭가슴살로 식단 조절하고 운동도 하면서 다이어트를 좀 했어요. 그래도 기본 골격이 있어서 쉽지 안더라고요. 영화를 보니 '좀 더 살을 빼고 선크림도 더 듬뿍 바를걸' 곱씹기도 했죠. 흐흐."

다이어트 고충을 떠올리며 고개를 젓는 그는 영화 속에서 우울한 청소부(박충선)로부터 치킨을 대접받는 장면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셔 웃음을 자아냈다. 손에 묻은 치킨의 기름기가 좋아 닦아내지 않았다는 후문. 워낙 먹는 걸 좋아해 위험한(?) 순간이 많았단다.

다이어트를 통한 체중 변화 외에도 여진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장발 변신에 도전했다. 어깨까지 오는 단발머리로 변신, 역대급 비주얼을 완성했다. 문제용 감독은 '청순한' 여진구를 꿈꿨다고 귀띔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청순함이요? 푸하하. 굳이 찾는다면…억지로 억지로 찾아볼 수 있겠죠? 청순까지는 아니지만 원래 제 모습보다는 여성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웃음) 가발이었는데 너무 가발만 쓰면 이상할 것 같아 실제 머리도 좀 길러서 만든 이미지에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하하."

띠동갑인 이민기와 극 중에서 25살 동갑내기 친구로 나오는 여진구는 영화 속 이민기와 브로맨스도 언급했다. 다시 생각해도 낯부끄러웠던 명장면(?)을 꼽으며 "체질에 맞지 않은 연기였다"고 평했다. 상남자 중의 상남자 두 명이 우정이라고 하기엔 오묘한 로맨스 펼치는데 "오글오글했다"라는 것.

"주옥같은 명대사가 나오죠. '내가 없는데 괜찮아?' '오빠 왔다' 등이요. 좁은 복도에서 밀착해서 대사를 하는데 너무 오글거려 죽는 줄 알았어요. 크큭. 다른 건 영화 속에서 영향력을 주는 대사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내가 없는데, 병원에 혼자 남아도 괜찮아?' 이 대사는 정말 닭살 돋았어요.(웃음) 그 장면을 찍고 난 뒤 민기 형이랑 모니터하는데 둘 다 할 말을 잃었죠. 문제용 감독에게 음악을 주의해서, 신경써서 넣어달라고 부탁했어요. 왜 브로맨스에서 나오는 음악 있잖아요. 클래지콰이의 'She is' 같은 걸 넣으면 정말 위험해질 것 같았거든요. 케미스트리를 묻는다면…, 제가 여자가 아니라 딱히 뭐라 단언할 수 없지만 남자들이 봤을 때 오글거렸으니까 성공한 것 같아요. 하하."

오글거리는 장면도 있었지만 청춘 여진구의 심장을 울린 감동을 주는 장면에 대해서도 조심스레 꺼내 보였다. 수명과 승민이 탈출을 시도하는 모터보트 시퀸스. 직접 동력 수상레저기구 조종 면허를 취득하면서 공들인 장면이기도 했다.

"촬영할 때 정말 신났어요. 보트를 운전하는 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죠. 정말 신기한 건 보트는 밀면 미는 대로 앞으로 나가요. 속력을 낮추면 뱃머리가 앞으로 들리고 속력을 내면 물살을 가르며 물 위를 달리죠. 보트 조종은 그때부터 시작이에요. 본능적으로 스피드를 즐겨서 촬영 감독이 무서워할 정도였죠. 사실 그 장면에서 문제용 감독이 제 상의를 탈의시키려고 했는데 제가 '말도 안 된다'며 극구 반대했어요. 민기 형이 벗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수명까지 상의를 벗으면 감정선이 깨질 것 같아서 사양했어요. (꼭 감정선 때문인가?) 물론 감정선뿐만은 아니지만…. 하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고백하건대 감정선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하하."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이선화 기자 seonflower@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