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콕] '내 심장을 쏴라' 꽉 막힌 심장 뻥 뚫는 '청춘활명수'

기사입력 2015.01.23 2:13 AM
[무비콕] '내 심장을 쏴라' 꽉 막힌 심장 뻥 뚫는 '청춘활명수'

"이제 빼앗기지 마. 네 시간은 네 거야." - 승민

[TV리포트 = 조지영 기자]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의 병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결국 참고 참아 소화불량이 되고 끝내 적신호가 켜진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읊조리며 이상행동을 보이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갇히고 만다. 내 안의 나를 가두는 것. 즉, '미친 사람'이 되고 만다.

만물이 푸른 봄철과 같이 싱그럽고 아름다운 청춘들이 이처럼 '미치기 직전의 상태'가 되고 있다. 세상이 청춘의 숨통을 틀어막아 심장에 빨간불이 켜졌고 뇌에서는 사이렌이 울린다. '미친 청춘'이 되지 않으려면 답답하고 꽉 막힌 속을 뚫어야만 한다. 지금 우리에겐 '청춘 활명수'가 간절하다.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내 심장을 쏴라'(문제용 감독, 주피터필름 제작)가 지난 20일 언론 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상남자 이민기, 여진구가 만나 아주 남다른(?) 브로맨스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더니 역시나 실망하게 하지 않는다. 기대 이상의 케미스트리를 기본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더해 답답한 청춘들의 심장을 뻥 뚫어 주는 두 남자. 아파야만 청춘인 이들의 속을 달래줄 '청춘 활명수'가 등장.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간다.

수리희망병원을 배경으로 한 '내 심장을 쏴라'는 갇혀서 미친 승민(이민기)과 미쳐서 갇힌 수명(여진구)이 서로의 아픔을 어르고 달래며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너무 다른 두 남자가 너무 다른 두 사연을 이해하게 되면서 몰려오는 감동이 상당한 울림을 전한다. 모처럼 영화 한 편을 통해 위로를 받은 기분. 탄탄한 원작의 힘이 컸다.

그간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 간간이 관객을 찾았지만 이번 경우는 스케일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출판 직후 22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고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아 스테디셀러로 등극한 소설. 게다가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어마어마한 스펙을 지닌 바로 그 소설을 스크린에 옮긴 것. 그렇기에 제작 단계부터 소설팬과 영화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야말로 좋은 유기농 재료를 손에 쥔 요리사는 온갖 화려한 기술을 동원해 휘황찬란한 진수성찬을 차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그 반대. 숙련된 요리사가 대신 초보 요리사가 기본에 충실한 레시피로 깔끔하고 정갈한 한 상을 차렸다.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며 본연의 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성공적인 영화화다.

또한 영화의 중심이 되는 곳이 '정신병원'이다 보니 저절로 공포감과 음산함이 밀려오지만 예상외로 영화는 유쾌하고 밝다. 승민과 수명, 수리희망병원 사람들에 인해 무거운 옷을 벗을 수 있었다. 특히 여성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이민기와 여진구의 브로맨스가 '매우' 볼만한 두 번째 포인트다.

이민기는 미치지 않았지만 미친 사람처럼, 여진구는 미친 사람이지만 미치지 않은 사람처럼 극을 이끈다. 수명에게 "미스 리"라며 눈웃음을 짓는 이민기는 전작에서 보여준 살인범의 섬뜩함을 완전히 벗고 4차원 정신세계를 마음껏 발산한다. 통통 튀는 생각과 알 수 없는 오묘한 눈빛이 더해 승민을 더욱 승민답게 만들었다. 또한 장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시종일관 멍을 때리는 여진구는 '천재'다운 연기력으로 수명을 재해석했다. 비록 소설 속 가녀린 수명은 아니지만 여진구에 최적화된 수명을 연구해 이민기와 앙상블을 자아냈다.

실제로 띠동갑이지만 극 중에서는 25세 동갑내기로 등장하는 두 사람은 원작을 집어삼킨 호연으로 관객을 울리고 웃길 준비를 마쳤다. 이밖에 승민, 수명과 같은 병실에 입원 중인 룸메이트 김용(김정태), 만식씨(김기천) 그리고 두 사람의 탈출을 돕는데 일조한 우울한 청소부(박충선) 등 두말하면 입 아픈 충무로 명배우들이 출동해 이민기와 여진구의 뒤를 든든히 받쳤다.

보호사 점박이로 등장하는 박두식의 열연이 돋보인 '내 심장을 쏴라'.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악행으로 보는 이의 분노를 차오르게 하는데, 악역으로서는 대성공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내 심장을 쏴라'가 더욱 완성도 있는 영화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건 바로 카메라 뒤에서 보이지 않는 제작진의 노력 때문. 폐쇄적인 분위기부터 포효하는 청춘들의 순간을 완벽히 담아낸 음악과 강렬한 콘트라스트의 색채는 진한 잔상을 남기며 오랫동안 곱씹게 된다.

원작자 정유정 작가는 '분투하는 청춘들에 바친다'고 말했다. 그렇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시대의 청춘들이 꼭 한번 마주해야 할 '내 심장을 쏴라'. 자신의 인생에서 유령처럼 살아야 했던 청춘 아닌 청춘들의 마음에 안나푸르나를 심어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내 심장을 쏴라'는 정신병원에서 만난 스물다섯 청춘들의 이야기를 유쾌하면서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민기, 여진구, 유오성, 김정태, 박두식, 신구 등이 가세했고 '타짜' '작업의 정석' 연출부 출신인 문제용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오는 28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tvreport.co.kr 사진=영화 '내 심장을 쏴라' 스틸,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