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하지원 "데뷔 초보다 밝아진 이유요?"(인터뷰)

기사입력 2015.01.26 11:44 PM
'허삼관' 하지원 "데뷔 초보다 밝아진 이유요?"(인터뷰)

[TV리포트=김수정 기자] 배우 하지원(36)이 동갑내기 감독 하정우와 함께 한바탕 신나게 놀았다. 늘 온몸을 내던지는 연기와 캐릭터로 작품 안에서 단 한 번도 쉴 틈이 없었던 그가 영화 '허삼관'(하정우 감독, 두타연 제작)에서 펑퍼짐한 치마, 잔뜩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세 아이 엄마로 변신했다.

'허삼관'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 위화의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진 건 없지만 가족들만 보면 행복한 남자 허삼관이 11년 동안 남의 자식을 키우고 있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하지원은 이번 작품에서 남모를 과거가 있는 허삼관(하정우)의 아내 허옥란 역을 맡아 절세미인부터 억척스러운 세 아이 엄마까지 오가는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였다.

맨몸으로 얼음물에 들어가거나('기황후'), 한복을 입고 날렵한 액션을 선보이거나('조선미녀삼총사', '다모', '형사'), 쓰나미에 목숨을 잃을 뻔 하거나('해운대'), 국가대표 탁구선수로 분하거나('코리아'). 언제나 성실함을 무기로 작품 안에서 분투하는 캐릭터로 대중과 마주했던 그는 '허삼관'에서만큼은 모든 긴장을 풀고 웃고 즐겼다. 하정우 특유의 유쾌함과 동화 같은 매력이 더해진 '허삼관'은 오랜만에 보는 하지원의 무장해제된 매력과 만나 묘한 시너지를 뿜어냈다.

"'기황후' 때 워낙 고생해서.(웃음) 하정우 씨가 '허삼관'에서는 편하고 즐거운 현장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어요. 제가 먼저 말한 것도 아닌데, 정말 고마웠죠. 그리고 그 약속을 지켜줬고요. '허삼관' 찍으면서 정말 많이 힐링받았어요. 세 아이 엄마 캐릭터도 처음엔 제 옷이 아닌 것 같았지만, 하정우 씨, PD님을 만나고 나서 스스로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어요. 하지원이 곧 옥란이고, 옥란이 곧 하지원이란 생각으로 즐기면서 했어요. '허삼관'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연기한 작품이에요."

그에게 새해 계획을 묻자 "몸이 많으면 다 하고 싶을 정도로 많은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며 아이처럼 말간 웃음을 짓는 게 천생 '일벌레'의 모습이다. 하지원의 눈길이 다음은 어디로 향할지 벌써 기대된다.

다음은 하지원과 일문일답.

-처음엔 출연을 거절했다고

MBC '기황후' 촬영 중이라 시나리오를 읽을 틈이 없었다. 잠잘 시간도 없었으니까. 크리스마스 이브날 하정우 감독님과 만났는데, 전날 밤샘 촬영하고 급하게 시나리오를 읽었다. 시나리오 읽기 전까지만 해도 세 아이 엄마 역할이고, '기황후' 때문에 힘든 컨디션이었고, 내 옷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읽어 보니 정말 재밌는 거다. 하정우 씨가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 궁금하더라. 동화 같으면서도 쿨한 접근법이 좋았다. 하정우 씨와 직접 만나 영화에 대해 얘기하면서 마음이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었지.

-감독 하정우는 이제 겨우 두 번째 연출이다. 이 부분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오히려 하정우 씨가 연출을 맡아서 장점이 많을 거라 생각했다. 시대극이지만 지금의 10대, 20대 친구들이 봐도 세련된 영화가 나올 것 같았다. 감독 하정우에 대한 믿음이 컸다.

-촬영 전 상상했던 것과 실제 완성본이 어느 정도 비슷한가

영화가 참 동화 같지 않나? 그래서 좋았다. 음악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인데, 하정우 씨도 현장에서 음악을 많이 틀어줬다. 영화에 쓰인 음악들도 굉장히 좋았고.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한 작품이 나왔다.

-여주인공 원톱 작품을 주로 해왔다. 이번 작품은 타이틀롤부터 '허삼관'인데. 이 지점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강하고, 직선적이고 센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나. 기존 내 스펙과 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고 그게 바로 '허삼관'이었다. 물론 영화에 대한 호감과 궁금증은 많은데 아이 셋이라는 게 걸렸지. 본격적인 엄마 역할은 안 해봤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하정우 씨가 옥란 캐릭터가 나와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말에 스스로 나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더라. 내가 옥란을 연기하면 어떤 모습일까 싶었다. 간단하게 생각했다.

-귀가 얇은 편인가

하하. 맞다. 모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다. 가령 몸에 좋은 약이라고 누가 줘서 먹으면 괜히 몸이 좋아지는 것 같고 피로도 덜 한 느낌이 든달까.

-하정우 감독에 의하면 후반부에는 하지원이 너무 예쁘게 나와 피부 보정을 했을 정도라던데

하하. 11년 뒤 옥란의 피부톤이 너무 화사해서 일부러 까맣게 했다고, 놀라지 말고 한 번 보라고 하더라. 나는 되게 좋았다. 푸하하.

-평소에도 원래 이렇게 잘 웃나. 하정우도 처음엔 '하지원이 습관적으로 웃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한 번은 윤여정 선생님께서 새벽에 힘든 신을 촬영하던 날 '너는 뭐가 그렇게 매일 즐겁고 뭐가 그렇게 신나니?'라고 하신 적이 있다. 하하.

-하지원도 화를 내나

물론. 현장에서 할 말은 다 한다.

-항상 웃는 비결이 뭔가

웬만하면 내가 싫은 건 안 하려고 한다. 다행히도 워낙 긍정적이고 좋아하는 게 많은 편이다. 별 것 아닌 것, 사소한 것도 내겐 소중하다. 덕분에 많이 웃는 것 같다.

-데뷔 초에는 약간 어두운 이미지 아니었나. 점점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바뀐 것 같다. 배우 생활하며 성격이 바뀐 건가

역할이 주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신인 때는 공포영화, 센 역할을 많이 하지 않았나. 드라마나 작품에서도 사랑받는 역할, 재밌는 역할을 하면 실제로도 그런 분위기로 지내게 된다. 예전보다 점점 밝고 긍정적으로 변한 건 사실이다.

-허삼관처럼 거침 없이 들이대는 남자가 실제로도 있다면?

잘생겼나?(좌중폭소) 외모 많이 본다. 안 볼 수 없지 않나 솔직히. 잘생기고 웃겨야 한다.

-하정우가 '하지원은 촬영장에서 내조의 여왕이었다'고 극찬하더라

하정우 씨가 감독, 배우까지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나. 도울 수만 있다면 최대한 많이 도와주고 싶었다. 감독에 배우까지 한다는 게 옆에서만 봐도 대단하더라. 마음만큼 많이 못 도와줘서 미안할 뿐이다.

-세 아이 엄마 역할 때문에 고민했다더니, 아역 배우들 마지막 촬영날 일부러 서울에서 내려왔다고

애기들 마지막 촬영날 아쉽더라. 같이 사진 찍어주고 선물도 줬다.

-아이들이 카메라가 꺼져도 엄마라고 불렀나

처음엔 엄마, 엄마하다가 나중엔 이모라고 부르기도 하고 누나라고 부르기도 했다. 촬영 끝나고 나서는 누나로 정리가 됐지만. 하하하. 내가 약간만 정리했을 뿐인데 아주 시원하게 정리되더라. 하정우 씨한텐 형이라고 안 하더라!

-아이들 보니 결혼생각이 절로 들지 않던가

이 세 아이들이 그냥 내 아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더라. 결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아예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영화가 워낙 귀엽고 아기자기하다 보니까 결혼도 할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하정우 감독만의 장점이 있다면

굉장한 센스쟁이다. 배우이자 감독이기 때문에 배우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불편한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벌써 대처한다. 현장이 늘 잘 흘러가기만 하는 건 아닌데, 일이 있을 때마다 여유 있고 유머러스하게 대처하더라.

-하정우가 다음 작품도 하자고 하면

해야지. 일단 시나리오 먼저 보고.(웃음)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