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륜` 즐기는 현대인의 엿보기 심리

기사입력 2009.11.27 1:3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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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 프로그램 전문 채널 리얼TV가 방송하는 `치터스`(매주 목 밤 11시 10분)는 `불륜 추적 리얼르포`다. 연인,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하는 의뢰인의 부탁을 받은 제작진이 대상자를 추적해 몰카에 담아 고스란히 TV에 내보낸다. 의뢰인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정당한 이유`를 내세우지만 시청자의 엿보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프로그램이다. 국내 방송에서는 꿈도 못꿀 일.

4일(목) 방송에서는 18개월 열애 끝에 청혼한 크리스티나 라미레즈(26)의 사연이 소개된다. 그녀는 시저 몬카다(24)에게 `예스`란 답을 들었지만 어딘지 미심쩍어 치터스 제작진에 의뢰했다.

크리스티나가 의심을 갖게 된 이유는 어느 날 약혼자에게 걸려온 한 통의 여자 전화 때문. 게다가 그 후 자신을 안을 때 열정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결국 여자의 의심은 사실로 드러났다. 치터스팀은 하루만에 시저가 한 여자와 모텔로 들어가는 걸 발견한다.

다음 의뢰인은 토니 에드워즈(24)다. 2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 신디 콜린스(23)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고 의심하는 중이다. 여자친구는 여전히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진실하게 들리지 않았다고 느낀다. 추적 1일만에 치터스팀은 신디가 한 남자와 자신의 아파트에서 나오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진한 키스를 나누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담았다.

`치터스`의 특징은 불륜 현장에 직접 의뢰인을 데리고 나온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의뢰인이나 불륜커플은 다양한 반응들이 흥미롭다. 안면 몰수하고 오리발을 내미는 `후안무치형`이 있는가 하면 미안하다고 용서를 비는 `애걸복걸형`도 다반사다. 그 중에도 가관은 오히려 화를 내는 `적반하장형`.

`치터스`는 남의 불행을 통해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잡아끈다는 비판을 받고도 꿋꿋하게 제작을 강행하고 있으며 `불륜`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산물인 것도 사실이다.

`영화로 보는 불륜의 사회학`(2005. 살림)은 영화 속 불륜현장을 담은 책이다. 1955년에 나온 `자유부인`에서부터 80년대 `애마부인`을 거쳐 90년대 작품인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어요` `정사` `해피엔드` `주노명 베이커리` `바람난 가족`까지 연대순이 따라 `불륜의 변천사`를 짚어 내고 있다.

그렇다고 `치터스` 콘텐츠의 짜깁기식 나열이 아니라 제목에서 보듯 사회학적 시각에서 `불륜`의 구조적인 배경을 파헤치는데 주력한다.

영화 `바람난 가족`에 대해 "한국의 가족과 그들 내부의 불화 또는 의사소통 부재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그 기원은 자본주의 모순 못지 않게 굴곡진 우리 현대사가 품고 있는 다른 문제들과 중층적으로 얽혀져 있다. `바람난 가족`은 바로 그 지점에 놓여 있다."고 설파한다.

책에서는 `서로 존중하지 않고 애정이 결핍된 가족은 그 존재만으로는 아무런 의미도 얻지 못한다는 점에서 가족의 정의를 만족시킬 수 없으`며 `따라서 새로운 가족의 형태가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일처제의 신화`(2002, 해냄)는 `불륜`이 인간만이 가진 이상한 문화가 아님을 보여준다. 4천종이 넘는 포유동물 중 일부일처형은 겨우 10여종 뿐. 게다가 조류의 10~40%가 혼외 교미를 통해 나왔다.

책은 `암컷 수컷, 여성 남성은 왜 일부일처제의 속임수에 빠져들까?`라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치터스`가 `일부일처제`와 `불륜` 사이에서 벌이는 줄타기를 인간 스스로 즐기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 보인다.

(사진=1.정비석의 소설 `자유부인` 2. 80년대 에로영화 붐을 일으킨 `애마부인` 3. 리얼 다큐 `치터스`의 장면들, 리얼TV 제공) [TV리포트 김대홍 기자] paranthin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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