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다큐 `친일행적자 인터뷰` 논란

기사입력 2005.08.13 10:19 AM
KBS다큐 `친일행적자 인터뷰` 논란
"풀뜯어서 거기다가 넣으면 그게 국이에요. 먹으면 금방 알아요. 이거 사람고기구나. 그러니까 못먹는거지"

24살에 일본군에 학병으로 징집돼 남태평양 뉴기니아 군도의 한 섬에서 지옥같은 전쟁을 경험해야 했던 김행진 할아버지의 이야기다.

그는 연합군의 폭격보다 더 무서웠던 것이 굶주림이라고 했다. 실제로 전투에서 죽은 사람보다 굶어 죽은 사람이 10배는 더 많았다. 풀뿌리로 연명하던 일본군들은 급기야 인육을 먹는 지경에 이른다. 김행진 할아버지는 그 참혹한 순간을 물기어린 눈으로 털어놨다.

지난 11일 방송된 KBS 광복 60년 프로젝트 `8.15의 기억`은 김행진 할아버지를 비롯해 해방의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TV구술사`라는 컨셉트로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로만 다큐를 만든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증언을 토대로 재현한 화면도 독특한 느낌을 전해준다.

그러나 좋은 취지의 방송에 대한 시청자 반응은 뜻밖이다. 형식에 있어서는 나무랄 데 없지만 증언을 하는 이들이 회상하는 그 과거가 문제라는 것. 방송에는 일본군의 장교와 경찰, 당시 공무원 등 구술사들 가운데는 일제에 협력한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자의든 타의든 그들이 했던 행위는 분명한 친일행동이었다는 것이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이다. 한 시청자는 "직접 시청해보니 게시판이 시끄러운 이유를 알겠다"며 "친일한 사람이 별다른 죄책감 없는 얼굴로 회상하는 장면은 보기에 껄끄러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나름대로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보고 느낀 광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뜻깊은 방송이었다"(dvinci)는 의견도 많다.

"그 시대에 일제에 징용되어 어쩔 수 없이 일본군으로 싸웠던 수많은 젊은이, 자식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했던 수많은 아버지들을 친일이라고 할 수 없다"(choido20)는 의견도 눈에 띈다.

특히 이 다큐가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는 시청자도 많았다.

"지금까지 본 역사다큐 가운데 가장 놀라운 프로그램, 가장 집중해서 본 프로그램이었다"(deli96) "역사다큐론 세계최고수준이다. 일본 NHK보다 충분히 한수 위라고 말하고 싶다"(seainheaven)

시청자들의 논란 속에서 이 다큐는 우리민족의 기억을 다룬 첫번째 시리즈를 마감했다. 두번째 시리즈 `일본은 8.15를 어떻게 기억하는가`(2부작)는 13, 14일 오후 8시에 방송예정 이다. (사진=KBS 방송화면) [TV리포트 김진수 기자] apple@p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