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위해 글러브 낀 40대아버지 `감격의 첫승` 사연

기사입력 2009.11.27 1:34 PM
아들 위해 글러브 낀 40대아버지 `감격의 첫승` 사연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다시 권투 글러브를 꼈다. 방황했던 지난 삶을 정리하고 당당하게 일어선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결국 그는 링 위에서 당당히 승리를 거뒀다. 11년만의 승리였다.

10일 방송된 KBS 1TV `피플, 세상속으로`는 환경미화원 복서 최재원(40)씨의 인생 도전기를 그려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현재 환경미화원인 재원씨는 89년 동양챔피언까지 지냈던 유망 복서였다. 그는 94년 챔피언 결정전에서 패한 후 링에서 떠났다. 그런 그가 다시 링위에 오르고자 결심한 이유는 아들 용환(16) 때문이었다.

아들은 초등학교때까지 촉망받는 야구선수였다. 그런데 최씨는 야구를 사랑하는 아들의 뒷바라지를 해 줄 능력이 없었다. 권투를 그만둔 후 온갖 일을 했지만 생활은 어려웠고 아내는 그의 곁을 떠났다. 아들은 그토록 좋아하던 야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예전엔 배고팠던 아이들이 했던 운동이었지만 이젠 돈이 필요했다.

좌절하는 아들에게 야구대신 용기를 주기 위해 아버지는 다시 묵직한 권투 글러브를 꼈다. 술, 담배로 찌든 몸이지만 재기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새벽부터 밤까지 길거리에서 힘든 작업을 마친 후 노곤한 몸을 이끌고 그가 청소해 놓은 거리를 달렸다. 선배와 동료들은 “20대에 맞는 매와 3,40대에 맞는 매는 다르다, 지금 맞는 것을 골병이다”며 말렸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들에게 희망이고 싶었다.

지난 7월 재원씨는 ‘한일권투라이벌전’에서 일본의 신예 도리가에 슈사쿠(27)를 결전을 벌였다. 한창 젊은 나이의 복서는 퇴물 복서를 거세게 몰아 붙였다. 힘들어 보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달라졌다. 재원씨의 투혼은 눈부셨다. 젊은 복서는 노장의 주먹을 견디지 못했다. 최종 판정에서 심판은 재원씨의 손을 들어줬다.

자랑스런 아빠로 남고 싶은 재원씨의 소망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 아들은 목표를 이룬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한다. 이제 용환이가 그토록 원하는 야구를 시키고 싶은 것이 재원씨의 또 다른 희망이다. 어른들 틈에 끼여 사회인 야구단에서 일주일에 한 두번 경기를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아들을 볼 때마다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한편으론 아들이 용기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주길 바라고 있다.

“아빠의 무능함으로 뒷바라지 해주지 못하는 것이 제일 미안하죠. 앞으로 사회에서든 야구에서든 잘 적응해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아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재원씨는 앞으로도 권투의 길을 굳건히 걷겠다고 다짐했다. 권투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굳건히 믿는 그는 세상 모든 일이 땀 흘린 만큼 대가를 얻는 권투를 담길 희망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세계 챔피언이 되듯 사회생활도 정말 열심히 하고 성실한 사람이 대접을 받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11년만에 링위에 올랐고,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했다. 아들에게 ‘아버지’라는 이름은 영원한 ‘챔프’로 기억될 것이다.(사진=`피플 세상속으로`에서 소개한 최재원씨의 모습)[TV리포트 진정근 기자]gagoram@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