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현 감독 "쿠바인 남편 첨 본 순간, 눈이 반짝거렸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1.01.06 2:59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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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이재훈 기자] 혜화동 약속 장소에 정호현 감독은 30분 늦게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열린 영화 ‘쿠바의 연인’ 언론시사회 때는 그의 남편이자 영화의 주인공인 오르엘비스가 30분 늦었다. 그때 감독은 “쿠바인들은 약속에 원래 늦는다”며 이해해달라고 웃으며 호소했다. 쿠바인도 아니면서 감독이 약속에 늦은 이유는 아기 기저귀를 갈아줘야 했기 때문이란다. 감독은 한국인이기 이전에 엄마였다.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은 ‘다큐는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는 좋은 예다. 무엇보다 연애담이라는 점이 흥미를 끌고, 많은 사람들이 ‘로망’으로 품고 있는 쿠바의 속살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볼거리. 또한 흥겨운 리듬의 배경음악과 개성 넘치는 애니메이션이 돋보인다.



 



영화에는 쿠바에 가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나오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에 쿠바에 간 것으로 아는데.
처음엔 그냥 놀러 갔다. 스페인어도 전혀 못했다. 그러다 쿠바의 한인후손을 인터뷰하는 4개월짜리 프로젝트가 들어 왔다. 고민 많이 했다. 유학 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이어서 당시에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면 인생이 떠다닐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결국엔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쿠바행 비행기를 탔다.



현재의 남편인 오르엘비스는 어떻게 처음 만났나.
한인 후손 중 대학생 한 명을 인터뷰하러 갔는데 옆에 있는 남자의 눈이 반짝거렸다.(웃음) 정말이다. 속에서 불이난다 그럴까. 정말 눈이 반짝반짝거렸다. 그가 오르엘비스였다. 그를 만난 덕분에 스페인어도 빨리 배웠다.



처음부터 연애담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었나. 영화 앞부분에는 쿠바인들의 실제 생활과 불편들이 소개된다.
다시 쿠바에 갔을 때는 쿠바에 완전히 빠졌다. 타인의 삶을 철저히 존중하는 캐나다에서 살다가 쿠바의 뜨거운 사람들을 만나니 더 그런 것 같다. 처음에는 ‘쿠바에 미친 여자’를 카메라에 담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스페인어를 배우다보니까 그들이 하는 얘기가 점점 들리기 시작했고, 여러 모순들도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앞부분의 내용은 뒷부분의 연애담과 별개로 볼 수도 있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 같다.
쿠바에 대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개념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춤과 음악은 있지만 애로사항도 많다. ‘로망’만으로 쿠바를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부분은 나 역시 쿠바에서는 언제나 이방인이기 때문에 최대한 개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결혼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이 영화에 담겨 있는데, 굳이 결혼이라는 것을 해야 했나.
내 입장에서는 결혼식이 전략적으로 필요했다. 서른여섯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려고 보니까 집에서도 쿠바 남편을 반가워하진 않았지만 말려도 답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대신 가족과 친지들을 모두 불러 놓고 공식적인 행사를 할 필요는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쿠바에서는 거의 결혼식을 하지 않는다. 남편도 결혼식 자체에는 반대를 했었다.



남편이 아직 한국어를 못하는 데 장모와는 소통이 있나.
소통은 거의 없다. 내 어머니는 지금 오르엘비스가 선생(그는 한 외국어고등학교의 스페인어 강사다)을 그만 둔다니까 걱정을 많이 하신다.



주변에서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나. 외국인, 더군다나 검은 피부의 쿠바인과의 생활에 대해서.
그냥 앞 뒤 다 자르고 “괜찮아?”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웃음)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우리는 이제 이혼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이혼하면 국제결혼, 연상연하 커플 등은 역시 안 된다는 식의 온갖 스테레오타입이 다 붙을 거다.



오르엘비스는 한국에서 1년 이상 살고 있다. 한국생활에 적응하고 있나.
워낙 물자가 부족한 사회에서 살다 보니 아끼는 것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다. 전화비가 17만원 나왔다.(웃음) 하지만 나보다 인테넛이나 스마트폰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 한국 사회의 편리함에 대해서는 달콤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도 쿠바를 그리워한다.



쿠바를 소재로 한 작업 계속할 생각인가.
쿠바 이야기를 두 세 번은 더할 것 같다. 쿠바에서 실제 살아본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고 싶다. 3월 쯤에는 쿠바행 비행기에 다시 오를 생각이다.




정호현 감독은 쿠바를 사랑하지만 결혼 후의 삶의 터전은 쿠바가 아닌 한국을 택했다. 쿠바에서는 정호현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힘들고,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그의 이러한 생각 자체가 쿠바를 ‘로망’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대신 감독은 다음 작품은 쿠바에서 살아보고 그 안에서 찍을 생각이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 ‘쿠바의 연인’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이재훈 기자 kino@tvreport.co.kr/ 사진=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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