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창가수’ 하춘화의 눈물 젖은 `사모곡`

기사입력 2009.11.27 1:34 PM
‘모창가수’ 하춘화의 눈물 젖은 `사모곡`
‘가짜 하춘하’로 밤무대를 전전했던 `하춘화‘ 정일순(50)씨. 이른바 모창 가수로 살아온 그의 일상을 9일 MBC `가족애(愛)발견`이 소개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방송에 따르면 정씨는 13년전 밤무대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그를 부르는 곳이면 전국 방방곡곡 어디든지 달려갔다. 가짜라고 흉보거나 괜한 트집을 잡기도 했지만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친정어머니와 남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 서울과 친정어머니와 남동생이 있는 충남 논산을 오가고 있다. 말이 두 집 살림이지 주로 논산에 머문다. 친정집엔 시각 장애인인 친정어머니와 정신지체장애 1급인 남동생이 있다.

정씨의 대부분의 생활 주파수는 어머니와 남동생에 맞춰져 있다. 집안의 모든 일은 물론, 식사 때는 어머니 수저 위에 반찬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올려둔다. 어머니의 식사가 끝나면 그때서야 밥을 먹는다. 마흔이 넘은 동생을 목욕시키는 일 또한 누나 정씨의 몫이다. 행여 일 때문에 집을 비우면 무슨 사고라도 날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어디 넘어져서 다치지 않나 불이 나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들어요. 노래 끝나고 집에 가다 그 쪽에서 연기만 나도 가슴이 뛰어요.”

어머니는 25년전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었다. 그 후 홀로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워왔다. 앞이 보이지 않아 넘어지기가 일쑤였고, 끼니를 굶을 때도 있었다. 혼자 국을 끓이다 다리를 데기도 했다. 그런 어머니를 딸은 두고 볼 수 없었다. 정씨는 자신이 덴 것처럼 아팠다. 결국 4년전 논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정씨의 남편은 “딸 120점, 아내 40점”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하지만 아내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생각 같아선 한 달에 몇 번 집에 들르는 아내를 붙잡고 싶을 때도 있다. 대신 남편은 “고생이 많다”며 집밖을 나서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정씨 또한 마음이 편치 않다. 떠날 때 마다 두고 온 가족 생각에 가슴 한 켠이 시리다.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어머니에게 눈이 되고, 동생을 책임지기로 마음먹었던 4년전의 결심을 무너뜨릴 수 없어 논산으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한다.

한편 제작진의 도움으로 정씨 가족은 바다를 찾았다. 생전 처음 와보는 바다였고, 딸과의 첫 여행이었다. 어머니는 바다를 볼 수 없었지만 딸의 손을 꼭 붙잡고 “기분이 좋다”며 기뻐했다. 딸은 그런 어머니와 오래 동안 함께 하길 간절히 바랐다.

“엄마 아니었으면 내가 살지를 못해. 끝까지 엄마가 오래오래 내 곁에 계셨으면 좋겠어. 엄마 미안해, 엄마 사랑해...”

딸의 젖은 목소리에 어머니의 흐린 눈에서 굵은 눈물이 떨어졌다. “나도 너를 사랑한다”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렸다. 어머니를 향한 ‘모창가수 하춘화’의 사랑은 그 누구보다 진실했다.

한편 정일순씨는 지난해 12월 MBC `스타스페셜 생각난다` 하춘하 편에 출연, 모창을 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사연을 전해 화제가 된 바 있다.(사진 = ‘가족애발견’에 소개된 정일순씨, 방송장면) [TV리포트 진정근 기자]gagoram@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