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리폿] 송강호·이병헌·정우성…충무로 페르소나 신드롬

기사입력 2016.09.25 11:00 AM
[무비@리폿] 송강호·이병헌·정우성…충무로 페르소나 신드롬

[TV리포트=김수정 기자] 페르소나. 그리스 어원으로 가면을 뜻하는 이 말은 연극에서는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 영화에서는 감독의 분신이자 다수의 작품을 함께 한 단골 배우를 뜻한다. 팀 버튼과 조니 뎁, 데이빗 핀처와 브래드 피트, 왕가위와 양조위가 대표적. 멀리 갈 것 없이 충무로에도 서로의 필모그래피를 풍성하게 해주는 감독과 페르소나들이 있다. 

# "께름칙한 놈, 멋진 놈, 웃긴 놈"…김지운, 송강호x이병헌

가을 극장가 흥행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영화 '밀정'은 김지운과 송강호의 네 번째 협업작이다. 자신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99) 이후 '반칙왕'(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08) 그리고 '밀정'까지. '반칙왕' 이후로는 8년 주기로 작업하며 8년 주기설까지 대두된 김지운과 송강호는 서로의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영화적 동지다. 

송강호의 첫인상을 "께름칙하고 불편했다"고 회상한 김지운 감독은 그를 줄곧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일수록 기묘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인물로 활용했다. '밀정'에서는 일본 경찰과 의열단 사이 회색지대에서 갈등하는 이정출의 옷을 입혀 갈등, 번민, 유머를 동시에 끌어냈다. 김지운식 스몰 액팅과 송강호 특유의 모던한 연기가 빛을 발한 작품.

'밀정'에는 김지운의 또 다른 페르소나 이병헌도 등장한다. 특별 출연해 분량을 씹어 삼키는 존재감을 과시한 그는 김지운 감독과 영화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악마를 보았다'를 함께 작업했다. 김지운의 작품에서 매번 남성적인 복수의 화신으로 분했던 그는 이번 '밀정'에서는 의열단장 정채산을 연기했다. 송강호와 이병헌, 그리고 김지운과 처음 호흡을 맞춘 공유의 쓰리샷은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이다.

# "공동경비구역JSA vs 살인의 추억"…박찬욱, 봉준호

박찬욱, 봉준호 감독도 송강호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다. 

송강호가 '조용한 가족'으로 첫 주연을 꿰찼다면,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JSA'로는 처음으로 상업적 흥행을 일궈냈다. 2000년 9월 개봉한 이 영화는 580만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로써는 최고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웰메이드 영화의 시작점이었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송강호 이름 앞에 티켓파워가 붙었고, 박찬욱 감독은 웰메이드 상업영화 감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후 송강호는 영화 '박쥐'로 또 한 번 박찬욱 감독과 협업, 뱀파이어가 된 신부라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믿음직스럽게 소화했다.

봉준호 감독에게도 송강호는 영화인생의 가장 중요한 인물 일터. 지금까지도 봉준호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천만 영화 '괴물', 첫 할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에 이르기까지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송강호와 함께 했다. 특히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와 송강호 모두에게 '인생작'으로 언급되고 있다. 송강호가 화면을 정면으로 응시한 이 영화의 엔딩이 준 잔상은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또렷하다.

# "비트, 태양은 없다, 그리고 아수라"…김성수x정우성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다. 1997년 김성수 감독의 영화 '비트'로 청춘의 아이콘이자 스타로 거듭난 정우성. 얼굴에 한껏 잘생김을 장착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정우성의 모습은 당시 원동기 면허 열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우성은 이후 '태양은 없다'(99)을 통해 방황하는 청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김성수 감독과의 세 번째 만남 '무사'(01)에서는 중국 올로케이션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함께 넘어섰다. 15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탓이었는지 흥행은 다소 부진했으나 충무로에서 전에 본 적 없던 스케일, 배우 정우성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분명 유의미한 작업이었다.

김성수 감독은 28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아수라'를 통해 정우성의 멋스러운 얼굴을 가장 영화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감독이 본인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정우성은 무엇이든 꿈꿨던 청춘의 시기를 지나온 발악하는 중년의 삶을 악인의 세상으로 표현한 이 작품에서 힘없는 악인, 부패 경찰 한도경을 연기했다. '비트'의 오토바이 질주신을 능가하는 수많은 명장면, 명연기가 쏟아진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