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폿@현장] 퀸+아담 램버트, 프레디 머큐리를 되살린 시간 ‘120분’

기사입력 2016.10.04 5:30 PM
[리폿@현장] 퀸+아담 램버트, 프레디 머큐리를 되살린 시간 ‘120분’

[TV리포트=김풀잎 기자]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었다. 퀸(Queen)과 아담 램버트(Adam Lambert)가 또 한 번 레전드를 썼다. 유럽에 이어 아시아 투어 공연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일본 도쿄 지요다구 일본무도관에서 ‘퀸+아담 램버트’의 콘서트가 열렸다. 공연 첫날부터 열기는 뜨거웠다. 당초 예정돼 있던 2회 공연이 모두 매진되면서 1회 공연을 추가했을 만큼 관객들 반응은 대단했다. 

무도관 주변은 공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각국 팬들로 북적였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였지만, 입장을 위한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퀸과 아담 램버트 글자가 수놓인 티셔츠를 입은 팬들의 발걸음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나뉘어 입장이 시작된 것이다.

끝도 없는 줄을 뚫고 들어간 공연장 내부는 예상대로였다. 약 15,000명의 관객이 1층 플로어 석을 비롯해 2층˙3층 사이드 석까지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한눈에 둘러보기에도 쉽지 않은 규모였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은 무대 위 천막이 흔들릴 때마다 열띤 박수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침내 천막이 걷혔다. ‘Q’ 형태를 본뜬 거대한 스크린 앞으로 브라이언 메이와 아담 램버트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차분하기로 유명한 일본 관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첫 곡은 퀸의 숨겨진 명곡 ‘세븐 시즈 오브 라이’(Seven Seas of Rhye)였다.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해머 투 폴’(Hammer To Fall), ‘스톤 콜드 크레이지’(Stone Cold Crazy), ‘팻 바텀 걸스’(Fat Bottom Girls), ‘킬러 퀸’(Killer Queen), ‘썸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가 이어졌다. 화려한 ‘록’의 진수를 선보인 선곡과 함께 오프닝이 완성됐다.

아담 램버트는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에게 감사드린다. 우리는 4년 동안 함께 해왔다.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그들은 나에게 위대한 록밴드와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행운이자 영광이다”고 첫인사를 전했다. 두 대가(大家)의 흐뭇한 웃음과 함께 1막이 끝이 났다. 

◇ Love Of Our Life - 브라이언 메이X로저 테일러 

2막은 브라이언 메이가 열었다. 브라이언 메이는 기타를 메고 관객석 가까이 자리했다. 그리고는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만 의지한 채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를 불렀다. 이때 영상 속으로 프레디 머큐리가 등장했다. 브라이언 메이와 프레디 머큐리의 목소리가 겹치는 연출은, 팬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브라이언 메이의 눈가도 촉촉이 젖어있는 듯 보였다. 

그의 기타 독주도 압권이었다. 브라이언 메이는 우뚝 솟은 원형무대에 올랐다. 10분이 넘는 시간 동안 혼신의 연주를 들려줬다. 붉은빛 조명이 그를 가두며, 마치 우주 공간에 떠있는 듯한 몽환적인 느낌을 냈다. 

무대매너도 빛이 났다. “셀카봉은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고 말한 브라이언 메이는, 소형 비디오카메라를 장착한 셀카봉을 꺼냈다. 360도 회전하며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후, 로저 테일러에게 무대를 넘겼다. 

로저 테일러는 아들이자 드러머인 루퍼스 테일러와 함께 나왔다. 두 부자는 한 치의 양보 없는 드럼 대결을 벌였다. 하드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어진 구성이 돋보인 2막이었다. 마지막은 ‘언더 프레셔’(Under Pressure)였다. ‘언더 프레셔’는 故 데이비드 보위와 공동으로 작업한 곡. 스크린을 꽉 채운 데이비드 보위의 흑백사진을 바라보며, 팬들은 다시 한 번 추모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퀸의 젊은 시절 영상들 또한 스크린을 통해 흘러나와 팬들에게 추억을 안겼다. 

QAL Must Go On - 아담 램버트 

테마는 드라마틱했다. 세 번째 파트는 오랜 팬들을 위한 히트곡들로 구성됐다. 이와 동시에, 프레디 머큐리의 부재에 정면으로 마주한 밴드의 모습이었다. ‘어나더 원 바이츠 더 더스트’(Another One Bites the Dust)로 또다시 함성을 이끌어낸 아담 램버트. 아름다운 미성으로 무대를 감싼 그는, ‘아이 원트 잇 올’(I Want It All)까지 소화해냈다.

아담 램버트는 조금도 쉬지 않았다. ‘후 원츠 투 리브 포에버’(Who Wants to Live Forever)로 극적이고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름달 모양의 조명이 아담 램버트와 관객들을 교차해서 비추었고, 압도적인 장관은 어떤 설명도 필요 없게 만들었다. 브라이언 메이와 프레디 머큐리가 마지막으로 작업한 곡 ‘더 쇼 머스트 고 온’(The Show Must Go On)을 부를 때는, 그는 완벽하게 퀸에 녹아든 듯 보였다. 

아직 절정이라 말하기엔 이르다. ‘아이 원트 투 브레이크 프리’(I Want To Break Free), ‘아이 워즈 본 투 러브 유’(I Was Born To Love You),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라디오 가가’(Radio Ga Ga)까지. 아담 램버트는 자연스럽게 관객과 하나 된 무대를 꾸몄다. 쉼 없이 계속되는 무대에도, 지친 기색은커녕 더욱 폭발적인 에너지를 자랑했다.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에서는 프레디 머큐리를 되새겼다. 아담 램버트가 1절을 완성한 후, 프레디 머큐리의 생전 영상이 공개됐다. 이 특별한 콜라보레이션은, 아담 램버트가 이곳에 서있는 이유를 증명했다. 

◇ We Are The Champions - 퀸+아담 램버트

전설과 신성의 만남은 기적을 탄생시켰다. “나는 프레디 머큐리를 사랑한다. 당신들도 그렇지 않냐”고 감격스러워하던 아담 램버트는, 왕관을 쓴 채 앙코르 무대에 등장했다. 이토록 눈이 부신 무대를 꾸미면서도, 아담 램버트는 블랙 의상만을 고집했다. 앙코르 곡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위 아 더 챔피온스’(We Are the Champions)를 부를 때가 되어서야 온몸으로 금빛을 뿜어내며, 공연의 진정한 주인공이 관객임을 깨닫게 했다.

공연 중간 중간 선보인 깃털 재킷, 20cm 킬 힐 등은 프레디 머큐리가 남긴 의상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일본 한 매체는 “아담 램버트는 단순히 프레디 머큐리 흉내 내기에 그치지 않았다. 과하지 않은 유머감각을 섞었다”며 “자신의 캐릭터와, 프레디 머큐리와의 엔터테이너적인 영혼 사이에서 균형을 이뤘다”고 평하기도 했다. 

아담 램버트는 퀸의 이번 공연 프로모션 차 진행된 복수의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프레디 머큐리’라는 위대한 가수를 결코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최대한 기존의 것을 지키면서, 나의 스타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방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은 나의 스타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의 기억(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 “그가 나에게 얼마나 영감을 줬는지도, 관객들과 나누려 노력할 것이다”고 자신했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프레디 머큐리의 자리를 채울 수는 없겠지만, 전설을 기억하게 했다. 그가 했던 모든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가슴속에 추억과 희망으로 가닿은 듯했다. 2016년 9월, 프레디 머큐리 탄생 70주년을 맞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정리하자면,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의 말이 떠오르는 두 시간이었다. “‘퀸’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을 줄 몰랐어요. 젊음의 에너지로 가득한 아담 램버트와의 무대는 우리에게 자극을 주기도 하죠. 우리가 여전히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에요” 

김풀잎 기자 leaf@tvreport.co.kr / 사진=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