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스토리' 재일교포 김인우가 위안부 문제에 분노한 이유[日기자의 눈]

기사입력 2018-07-11 15: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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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나리카와 아야 객원기자] 위안부 재판을 다룬 민규동 감독 '허스토리'에서 재판장 역을 맡은 배우 김인우. 그는 재일 교포 3세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일본에서 태어나서 자란 그는 일본어 네이티브 스피커다.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하다가 10년전에 한국으로 건너와서 '암살', '동주', '박열', '군함도' 등 한국영화에서 주로 ‘일본인’ 역할로 활약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번 '허스토리'에서는 완벽한 일본어 실력은 물론 섬세한 내면 연기를 선보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허스토리'는 1992년 위안부를 포함한 10명의 원고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일본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제 이야기로 일부 승리를 걷어낸 재판을 다룬 영화이다. 23번의 재판을 거쳐 1998년에 선고된 1심 판결은 위안부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것을 일본 정부 측에 명령하는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그 판결을 선고한 재판장을 김인우가 맡았다. 



김인우는 이번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위안부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이라며, “위안부 관련 영화에 출연함으로 인해 일본에서 배우로 활동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그래도 영화를 통해서 전해야 할 역사이기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몇 시간 동안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할머니가 법정에서 호소하는 피해 내용이 선명하게 눈앞에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장도 사람인데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면서 마음이 움직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 내면의 변화를 연기하는데 집중하기로 했고, 그 배경에 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만 재판장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크랭크인 전에 재판에 관한 자료를 철저하게 읽었다”고 밝혔다.



나는 '허스토리'를 보면서 지난해 일본 대학생들과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활하는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났다. 대학생들이 인터뷰를 했고, 나는 인터뷰를 도와주는 역할로 동행했다. 그곳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이 건강이 좋지 않아 만나기 힘들 수 있다고 들었었는데 이야기와는 달리 학생들이 조심스럽게 질문하기 시작하자 할머니는 몇 십분 동안 쉬지 않고, 피해 경험과 일본 정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주셨다. 통역하면 흐름이 끊길 까봐 녹음해서 나중에 번역하기로 했는데 한국어를 못 알아듣는 일본 학생들이 대부분 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때 말을 못 알아들어도 표정이나 어조로 느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할머니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본 재판장도 느끼는 것이 많았을 것이다. 김인우는 “김해숙 선배님과 김희애 배우님을 비롯해 훌륭한 연기자들 덕분에 자연스럽게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열린 재판이기 때문에 김인우 배우뿐만 아니라 일본어로 대사를 하는 역할이 많았다. 김준한은 원고 측 재일 교포 변호사 역할을 맡았는데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일본어를 소화해내 눈길을 끈다. 그는 음악 밴드 활동으로 일본에 갔을 때 일본어를 배웠다고 한다. 그의 일본어 지도를 담당한 김인우는 “정말 대단한 언어 감각을 가진 것 같다”면서 “재일 교포들의 특유한 한국어 억양까지 그대로 구사하는 걸 보면 음악을 해서 그런지 섬세한 것 같다”고 감탄했다. 



요코우치 히로키는 일본 정부 측 대리인으로 출연했다.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근거가 없다고 따지는 이 영화에서 가장 ‘나쁜 일본인’으로 등장한다. 일본 배우들은 피하고 싶을 법한데 김인우는 “실제 요코우치 배우는 한일간의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사람으로 사명감을 느끼며 출연했다”고 한다. 이어 “재판 관련 자료를 읽다가 일본 시민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이 재판을 지원했는지를 알게 되었다”면서 “요코우치 배우도 그렇고 일본에도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한국 관객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민규동 감독도 같은 마음이다. “이것은 반일(反日) 영화가 아닌 반전(反戰) 영화로 일본이든 한국이든 전쟁으로 인해 생기는 상처는 너무 크다”면서 “그냥 영화를 보는 것만이라도 굉장히 큰 지지이고 연대”라고 말했다.



재일 교포는 식민 지배가 자신의 뿌리이기도 한 존재이다. 김인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식민지 시기에 일본으로 건너왔다”면서 “그 뿌리를 생각하며 작품을 통해 역사를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김인우는 이제 한국영화와 드라마의 ‘일본인’ 역할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었다. 올해는 윤종빈 감독 '공작',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SBS 드라마 '사의 찬미' 등에서 만날 수 있다.



나리카와 아야 객원기자(동국대 대학원생, 전 아사히신문 문화부 기자) aya@tvreport.co.kr 사진=김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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