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출된 방송에 상처" 이파니, ‘애들생각’ 제작진 사과에도 사실 알리는 이유

기사입력 2019-04-24 18: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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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이우인 기자]



# 이해 불가 상황 연출에 수차례 촬영 중단 요구



# 제작진 설득→편집 약속 믿었다가 가족들 상처 



# 제작진 잘못 인정·사과했지만 피해 커 사실 밝히기로 



이파니 : 방송에 나간 우리 가족의 모습은 진짜 우리 모습이 아니잖아요. 피디 님. 그런데 방송엔 이상한 엄마가 돼서 욕을 먹고 있네요. 우리 아들도 재미있게 방송해 보려고 나갔다가 불쌍한 애가 되어 버렸고요. 



‘애들 생각’ PD: 그 마음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작진이 악의적인 연출을 의도한 건 아니란 말씀 드리고 싶어요.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이파니 : 저는 ‘애들 생각’ 측에 법적대응을 할 생각도 없고, 죄를 묻고 싶은 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만은 알리고 싶어요. 우리 아들, 해맑은 모습도 많고, 둘째도 오빠 물건을 함부로 다루는 아이가 아니라는 거, 저와 저의 남편이 그런 부모도 아니라는 걸요.



모델 출신 방송인 이파니는 이틀에 걸쳐 tvN 사춘기 리얼 Talk '애들 생각‘ 제작진에 자신과 가족이 받은 상처를 토로했다. 지난 23일 방송된 ’애들 생각‘ 때문이었다. 이날 이파니·서성민 부부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 형빈 군과 8살 딸 이브 양과 ’애들 생각‘에 출연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방송이 끝난 뒤 이파니·서성민 부부의 훈육 방식을 지적하는 기사와 댓글이 쏟아졌다.



형빈 군이 이파니가 ‘싱글맘’으로 키운 아들이라는 사실은 세상에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이파니는 지금의 남편인 서성민과 재혼해 딸 이브 양을 낳았다. 특수한 가정환경을 꾸리고 있는 상황에서 ‘애들 생각’ 제작진의 오랜 설득 끝에 출연하게 됐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형빈 군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취지에 공감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들 생각’에서 만난 형빈 군은 매사 주눅이 들어있고, 눈치를 보는 아이였다. 재혼 가정, 새 아빠를 둔 형빈 군의 처지는 자연스럽게 안쓰러움을 유발했다. 반면, 이파니는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아들과 딸을 비교하는 엄마로, 서성민은 잔소리가 많고, 늘 인상만 쓰는 아빠로 그려졌다. ‘애들 생각’의 특성상, 이파니와 서성민은 10대 자문단들에게 “그래선 안 된다”는 지적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스튜디오에서 서성민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이파니는 말문이 막힌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아들과 딸에게 한 자신들의 문제점을 10대들로부터 지적받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애들 생각’의 제작진에 대한 당황스러움 때문이었다. VCR에서 그려진 이파니·서성민 가족의 모습은 연출된 것이었고, 수차례의 이의제기, 방송중단 요구, 제작진의 약속과 설득으로 탄생한 방송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TV리포트는 이파니·서성민 부부, 형빈 군, 이브 양 남매와 ‘애들 생각’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파니가 ‘애들 생각’ 작가, PD와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 녹취록도 바탕으로 했다. 제작진은 연출된 부분을 인정하고, 이파니에게 사과했다. 이파니는 제작진의 사과는 받아들이되 연출된 모습으로 비난받고 상처를 입은 가족을 위해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





<1> ‘애들 생각’ 제작진, 갈등 장면 위해 과도한 연출 요구



이파니 : 원래는 ‘둥지탈출’에서 출연 섭외가 들어왔어요. 신랑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둥지탈출’이 아이들끼리 여행도 가고 관계도 좋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고 하더군요. 특히 아들에게 의견을 물어보니, 아들도 재미있겠다며 예능이니까 출연해보고 싶다 했고요. 무척 들떠 있었어요. 즐거운 방송일 거란 생각에 가족들도 기분 좋게 출연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그러나 ‘둥지탈출’ 이파니·서성민 부부가 모르는 사이 ‘애들 생각’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행이 빠진 관찰 예능이라는 작가의 말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뭐 별 다를 게 있나’라는 생각에 출연하게 됐다. 제작진은 이파니에게 아들하고 평소 생활을 하면 되고 아들의 인터뷰를 통해 아들의 마음을 따로 들어볼 기회가 있다고 어필했다.



그러나 촬영 당일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촬영 팀이 온 날 형빈 군이 들떠서 평소보다 말을 잘 듣고, 촬영에도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제작진은 이파니에게 형빈 군이 부모와 갈등이 너무 없어 찍을 게 없다면서 연출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14년 차 방송인이기도 한 이파니도 예능에서 어느 정도 연출의 필요성에 동의했고 가족을 설득하며 맞추려했다.



하지만 일부러 갈등을 일으키고, 형빈 군이 화를 내도록 자극하려는 요구에 이파니는 동의할 수 없었다. 촬영 당일 무려 세 차례 방송 중단을 요구한 것. 제작진은 그럴 때마다 이파니의 가족을 설득하고, 편집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파니는 “연출의 의도를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편집으로 잘해주겠다고 달랬고, 순진하게 믿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2> 스튜디오 녹화 → 편집 약속 → 비난과 상처



‘애들 생각’은 관찰 카메라를 통해 부모와 자녀의 일상을 살펴보고 또래 10대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다. VCR을 보며 부모들과 10대 자문단들의 토크도 펼쳐진다. 문제는 이파니·서성민 부부가 녹화 당일, ‘애들 생각’의 콘셉트를 알았다는 사실. 부부는 예상하지 못한 10대 자문단들의 공격을 받게 됐다.



이파니 : ‘둥지탈출’에선 연예인들이 나와서 VCR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애들 생각’에서는 10대 자문단들이 저와 신랑에게 뭐라고 하는 거죠. 그런데 VCR이 연출된 내용이고, 자막으로 악마의 편집을 한 거예요. 촬영할 때도 방송 중단을 수차례 요구하며 힘들었는데, VCR을 보면서 충격, 우리가 실제로 한 행동이 아닌 걸로 비난을 받으니 당연히 충격을 받을 수밖에요.



스튜디오 녹화 분위기는 최악이었고, 이를 감지한 제작진이 직접 이파니에게 찾아와 사과했고, 좋게 마무리할 수 있는 편집을 약속했다고 한다. 이파니는 이왕에 촬영을 마쳤고, 자신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싫어서 제작진을 믿기로 했다. 제작진을 최대한 배려한 것. 그러나 본방송은 변한 게 없었다.



현재 이파니·서성민 부부는 이상한 부모가 됐고, 형빈 군은 구박받는 불쌍한 아들, 이브 양은 오빠의 물건을 함부로 대하는 동생이 돼 있다(제작진이 이브 양에게 오빠의 피규어를 일부러 망가뜨리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사과의 표현으로 제작진이 형빈 군에 피규어 선물함).





<3> 제작진에 항의→"아이들 상처 고려 없는 연출·편집 충격" 



이파니 : 형빈이는 오늘 학교를 안 가려다 갔는데, 친구들이 집에서 구박받고 사냐고 불쌍하다고 해서 화가 많이 나 있어요. 이브는 영문도 모르고 사과하고 있고요. 신랑은 법적대응을 하겠다 하다가 사실만이라도 바로 알리는 쪽으로 마음을 추슬렀어요. 제작진에 항의했고, 미안하다는 사과를 받긴 했어요. 사과는 감사하지만, 말 한마디로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저도 사실을 알릴 수밖에 없어요. 제작진에도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와 관련해 tvN 측은 섭외와 촬영 전반이 외주 제작이라며 확인 후 입장을 알리겠다고 했지만, 10시간 가까이 피드백이 없는 상황이다. 이파니는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고려하지 않은 연출과 편집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다른 출연 가족이 우리 가족과 같은 피해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tvN '애들 생각'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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