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홈즈’ 박인배 “연기의 기본은 논리…뮤지컬 연출이 목표”

기사입력 2012-01-31 08: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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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박진영 기자] 한적한 평일 낮,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박인배(30)와 만나자마자 나누게 된 대화의 주제는 결혼이었다. 물론 최근 막을 내린 뮤지컬 ‘쉬 러브즈 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실제 연애로 노선이 바뀌었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결혼 이야기도 하게 됐다. 



박인배는 자신을 독신주의자라고 설명했다. 연애에는 관심이 많지만 독신으로 사는 것이 편하고 자유로울 것 같다는 이유다.



“아직 평생 함께 살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결혼은 많이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버리고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걸 방랑이라고 해야 하나? 가정이 있다면 내 아내와 아이에게 피해를 많이 줄 듯 해요. 제가 볼 때 결혼은 남자들이 가진 욕심인 것 같아요.”



‘쉬 러브즈 미’에서 박인배가 연기한 조지라는 인물은 평생 한 여자만을 바라보고, 또 그 여자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듯 했다. 그리고 조지를 완벽히 소화해 낸 박인배 또한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대답. 미리 만들어 놓은 이미지를 깨내며 시작된 인터뷰, 재미있겠다는 기대감이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 다시 시작되는 ‘셜록홈즈’ 앤더슨 가의 비밀



지난 해 1월 뮤지컬 ‘스팸어랏’을 끝낸 뒤 ‘투란도’, ‘셜록홈즈’, ‘쉬 러브즈 미’까지. 2011년은 박인배에게 바쁘지만 알찬 한 해였다. 그리고 2월부터는 ‘셜록홈즈’ 재공연에 돌입하게 된다. 그는 이렇게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을 “운이 좋아서, 학교 선배님 덕을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겸손해했다.



“‘스팸어랏’은 오디뮤지컬컴퍼니 측에서 잘 봐주셔서 캐스팅 된 거지만, ‘투란도’는 교수님이 단장으로 계셔서 덕을 본 거죠. 또 ‘셜록홈즈’는 김준현 형의 추천도 있었고, 연출님이 예대 선배시기 때문에, 후배를 써주자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온전히 제 실력으로 됐다고 하면 오만한 생각인 거죠. 운도 좋았고, 선배들의 덕이 있는 듯 해요.”



지난해 초연 된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은 제 17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작곡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작품에서 박인배는 조강현과 함께 에릭 앤더슨과 아담 앤더슨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감정을 최대로 끌어올려 밖으로 토해내고, 호흡이나 포인트도 잘 살려내야 하는 역할이었기에 어렵지만 중요하고, 또 그만큼 주목받는 배역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해내며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노래 같은 경우에는 저와 색깔이 안 맞아서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1인 2역은 진짜 재미있었어요. 물론 연습 과정은 쉽지 않았죠. 부끄러운 얘긴데 제가 느리게 발동이 걸리는 타입이라, 함께 연습하는 배우들을 힘들게 하는 편이에요. 두 달을 연습한다고 하면 마지막 2, 3주까지도 감을 잘 못 잡아요. 분석하고 납득되는 선까지만 연기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쉽게 시도하려 하지 않아요. 그래서 같이 하는 배우들이 힘들어 했었죠.”



에릭 앤더슨은 여자를 위해 자기 삶을 포기하는 순간까지 가는데 그런 역할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특히 더 어려웠다고. 또 그는 실제로도 자상하거나 로맨틱한 사람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아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했다.



“제가 무뚝뚝한 편이라 그 역을 맡았을 때 처음엔 죽겠더라고요. 영화를 볼 때 장르를 가리는 건 아닌데, 로맨틱 코미디는 잘 안 보게 돼요. ‘쉬 러브즈 미’ 같은 경우에는 감정의 수위가 크지 않아 편안해서 좋아요. 그런데 ‘셜록홈즈’는 감정이 갈 때까지 가요. 그런 것이 익숙하지 않아요. 전 감정보다는 논리를 선호하는데, 그래서 그 역할에 대한 반응이 좋을지 몰랐죠. 관객들이 좋아해줘서 놀랐어요.”



이번 재공연에는 박인배, 조강현 외에도 가수 테이가 앤더슨 역에 합류한다. 이 작품을 통해 뮤지컬 배우에 도전하게 되는 테이에 대해 박인배는 “잘 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아직 연습에 참여하지 않아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지난 해 방송된 ‘오페라스타’를 보고 감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 주위에도 가수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오페라를 시키면 흉내도 못 내요. 그런데 그 친구는 감이 좋아서 그런지 잘 하고 맛도 잘 살리더라고요. 연기야 아직 모르겠지만, 잘 할 것 같아서 기대가 돼요.”



그러면서 그는 조강현의 집중력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연습 들어가면 강현이의 눈엔 이미 눈물이 글썽글썽 맺혀 있어요. 저에겐 그런 재주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강현이를 보며 더 분발하게 돼요. 그렇게 서로 자극 받으면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두 사람은 2008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함께 출연한 인연이 있기도 하다. 당시 조강현은 앙상블이었고, 박인배는 스트라이더, 스파이더였다. 그 당시의 기억을 꺼내보던 박인배는 “그 때 전 앙상블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어요. 끝나고 자주 모이고 술도 마시고. 팀워크가 정말 좋았거든요. 끈끈함이 있었는데 ‘셜록홈즈’도 그랬어요. 진짜 연습 분위기가 좋았거든요. 같이 하나를 이뤘다는 성취감을 공유하고 있어서 그런지 단합도 잘 됐어요.”라며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 연기의 기본은 논리...뮤지컬의 다양성 필요 



2000년도 수능이 갑자기 쉬워져서, 좋은 점수를 얻게 됐다. 그래서 인문계에서 예체능계로 전환해, 연극영화과에 들어가기로 했다. 성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친구들과 함께 성우들의 목소리를 따라하다 보니 재미있었고, 이 일을 평생 하다보면 재미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대학을 들어가 연극을 하다 보니 딴 생각이 다 사라졌다. 졸업하면 무조건 극단에 들어가 눈 딱 감고 10년 동안은 고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황정민, 최민식 같은 영화배우가 되어 대기만성 하겠다는 목표도 가졌다. 그러다 김효경 교수 덕분에 뮤지컬을 좋아하게 되어 지금까지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고 있다.



그는 일본 극단 사계에 다녀왔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 김준현, 강태을, 이경수 등과 함께 사계 오디션에 합격을 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데 제가 군대를 안 다녀왔던 때라 못 가게 됐죠.”라며 “젊었을 때 몇 년 동안 해외에서 살아보는 경험은 소중한 건데, 그걸 못했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박인배의 가슴 속에는 언제든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도전하고 싶은 열망이 커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아직은 막연하지만, 수년 내로 작곡하는 친구와 함께 뮤지컬을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도 있다.



“저는 연출을 하고, 친구와 함께 극작도 할 생각이에요. 학교 다니면서 연출한 경험이 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연기할 때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2011년 토니어워즈에서 ‘The Book of Mormon’이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는데, 그 친구와 제가 어렸을 때부터 트레이 파커의 팬이었어요. ‘south park’를 예전부터 봤었고, 그 정신을 좋아하는데 토니상까지 받게 됐을 때 용기를 얻은 거죠. 우리나라는 아직 B급 문화에 대한 수요가 부족해요. 대중적인 성공을 바라는 것도,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뮤지컬 장르의 다양화를 강조하던 그는 김무열 조정석이 출연했던 ‘스프링 어웨이크닝’ 초연을 본 뒤 “한국에서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관객들이 자신처럼 느낄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저는 정말 좋았고 재미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공연을 보러 온 남자 관객들은 ‘도대체 내용이 뭐야?’라고 하더라고요. 확실한 줄거리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이 없을 경우에도 음미할 줄 알아야 하는데 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이 보였어요. ‘스프링 어웨이크닝’ 같은 작품만 봐도 못 따라가니 참 다양하지 못한 거죠. 더 전이적인 작품이나 오페라는 꿈도 못 꿀 일이고, TV 프로그램도 천편일률 적이잖아요. 문화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 또한 사명감을 가지고 대중들의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깝죠. 그런 점에서 ‘스팸어랏’은 의미가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물론 처음 뮤지컬을 보는 일반 대중들이 다소 난해해하는 경우를 봐서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좋은 경험이었죠. 그런 작품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그는 ‘투란도’를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았다. 말도 안 되는 음역대로 인해 가장 힘들기는 했지만 역시 연출을 맡은 김효경 교수의 작품에 참여했다는 점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또 2007년 막을 올린 ‘테너를 빌려줘’ 또한 좋아하는 코미디물, 역할이었기에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하거나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재 가진 취미도 많이 움직이진 않지만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다트다. 또 춤을 잘 못 춰서 언젠가는 춤 잘 추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꿈도 있다. 특히 스티븐 손드하임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속 베르나르도가 멋있어서 무대서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아직 국내서 공연되지 않은 ‘퍼레이드’라는 뮤지컬의 남자주인공 역할은 꼭 해보고 싶다는 남다른 꿈을 전했다.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한 마을의 실권자이자 돈 많은 공장 사장이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를 살해한 혐의를 받게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는 비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짧은 영상을 통해 접한 뮤지컬이지만 극 속에 담긴 정서와 음악이 마음에 들어 이 작품이 국내에서 제작이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역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다 최근에 일어났던 ‘쓰릴 미’ 사태로 이야기가 흘러갔고, 뮤지컬 재관람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그 또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좋아해 김지우, 제시카, 바다까지 총 세 번 관람한 기억이 있다고 했다. “노래가 완전 제 취향이었어요. 정말 좋았고, 김지우씨가 정말 잘하시더라고요.”라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즐거움이 가득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나 ‘금발이 너무해’ 같이 외국 색채가 묻어나는 작품을 특히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창작 뮤지컬도 좋지만 뮤지컬이라는 건 어쩔 수 없이 미국, 영국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우리가 앞으로 한국화 시켜야 하는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배우들 또한 쇼맨십이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킬앤하이드’ 같은 극에서는 그럴 수 없겠지만, 뮤지컬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코미디라고 생각하거든요. 뮤지컬에서 비극을 다룬 것은 코미디가 자리 잡은 이후에요. 연기를 하다가 노래를 한다는 형식부터가 희극적이죠. 거기에 춤까지 더해지니, 코미디에 더 감정을 가지는 거죠. 그렇기에 배우들이 에너지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봐요. 무대에서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신나게 방방 뛰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는 가사 전달이 제대로 안 되고 있음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150년 정도 되는 뮤지컬 역사 동안 잘 들리게 하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쌓아왔다는 것. 처음 보는 관객들까지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려면 필요 이상으로 정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중음악을 하는 우리나라 가수들은 흉성을 써요. 하지만 뮤지컬에서 그런다면 놓치는 부분이 많아져요. 제가 김수용씨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발성이나 딕션이 정확해요. 그 분이 나오는 작품을 보면 중심을 딱 잡아주고 있다는 게 보여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민족 정서상 구슬프고, 울먹이는 소리를 좋아하잖아요. 그런 숨소리와 비음을 제일 잘 섞은 배우가 홍광호씨라고 생각해요. 울림이 있으면서도 숨소리도 잘 섞고, 발음도 잘 들리니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박인배는 기본적으로 감성보다는 논리적으로 연기하는 것이 좋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선후배 사이의 군대식 위계질서 없이 서로가 조화를 이루고 활발하게 공동 작업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선배는 후배에게 조언할 수 있지만 후배는 그럴 수 없는 상황. 그걸 제가 바꿀 수는 없지만, 저는 후배들에게 편한 선배가 되고 싶어요. 제가 먼저 보여주면 후배들이 영향을 받아서, 또 자신들의 후배에게도 그렇게 해줄 거고, 그럼 좀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해요. 개념 있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박진영 기자 neat24@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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