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노트-20탄] 김진민PD "욕쟁이 감독? 소지섭도 첫대면에 묻더라"

기사입력 2013-02-23 13: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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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이우인 기자] 김진민 PD는 직설적인 스타일을 가진 연출자, 혹은 소셜테이너 김여진의 남편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아역 출신 노영학이 김 PD를 '욕쟁이 감독님'으로 표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칫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욕쟁이' 수식어에 김진민 PD는 "어쩔 수 없다"며 현장에서 욕을 자주 쓰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잘못된 게 보이면 사고로 이어질 거란 느낌이 온다. 사고를 방지하려면 내가 욕을 먹더라도 욕을 해서 야단치거나, 싸워서 애초에 못하게 막을 쳐놓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판단에 따른 행동 때문에 후회한 적은 없다. 당시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판단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 주저하지 않는 쿨한 김진민 PD. 그만의 연출 스토리를 TV리포트에서 독점으로 공개한다.



◆ 꿈에도 생각한 적 없는 드라마 PD



TV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들어간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가면 방송국 취직은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시험이 있다는 이야기에 어찌나 놀랐던지. 처음에는 다큐멘터리 PD가 되려고 했다. 교양 부서가 나와 맞는다고 생각했다. 드라마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고민한 적이 없다. 



내가 MBC에 입사했을 때는 신입 PD를 통째로 뽑고, 나중에 부서를 갈랐다. 드라마는 함께 연수하던 동기들의 제안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연수할 때 만나 대화를 나눈 유명인사들도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내게 드라마를 하라고 했다. 나는 부서 지원이 코앞인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드라마를 보는 건 좋아했지만, 내가 드라마를 만들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건 나 같은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드라마를 선택한 이후에는 내 선택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그냥 시키는 일만 열심히 했다. 무조건 하다 보면 보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조연출 기간은 만으로 6년 반. '홍국영' '죽도로 사랑해' '신(新) 귀공자' '그 햇살이 나에게' 등의 작품에 참여했다. 소원영 이주환 김사현 이재갑 등 많은 선배 아래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조연출 생활은 당연히 힘들었다. 하면서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  



◆ 짧은 단막극 연출, 빠른 메인연출 데뷔



연출 입봉작은 '베스트극장-그 남자가 수상하다'. 이 드라마는 내 어릴 적, 엄마에 대한 기억 등 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훈이 나를, 김여진이 엄마를 연기했다. 젊은 여배우들이 아이 엄마 역할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애를 먹을 때, 김여진이 선뜻 해주겠다고 했다. 첫 단독 연출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뭐가 뭔지 모를 때라 그런지 겁이 없었다. 



단막극은 '그 남자가 수상하다'를 포함해 딱 3편을 연출했다. 내가 단막극을 연출하던 시기, '베스트극장'이 폐지 위기였기 때문. 게다가 일찍이 B팀(야외연출)으로 자주 끌려가 단막극 연출의 기회는 더 적었다. B팀으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메인 연출로 발탁됐다. 그게 바로 '신돈'이다. 이야기하자면 사연이 긴데, '신돈'은 많은 선배가 하지 않겠다고 했던 작품이었다. 



아무도 하지 않으려고 해서 내가 연출하게 된 건 또 아니다. 회사도 메인연출 경험이 전혀 없는 내게 '신돈' 같이 큰 작품을 맡긴 건 모험이었다. 게다가 '신돈'의 정하연 작가는 그때도 굉장히 높은 위치에 오른 작가였다. 그런 작품은 신출내기인 내가 연출하게 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터무니없는 일이다. 잘리지 않고 끝까지 연출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신돈'의 평균 시청률은 11~12%로 예상보다는 저조했지만, 생각해 보면 '신돈'을 연출할 때가 연출인생 중 제일 즐거웠다. 정하연 작가도 처음엔 무서웠지만, 누군가 내게 가장 존경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정하연 작가'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그는 내게 작가라기보다 아버지 같은 존재다. 정하연 작가는 내가 연세대 같은 연극반 출신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마음의 문을 빨리 열어줬다.





◆ '개늑시' '달콤한 인생' 폐인양산 작품 경험 



'개와 늑대의 시간(이하 '개늑시')' 또한 다른 선배들이 안 한다고 했던 작품. 선배들이 '개늑시'를 연출하고 싶어하지 않은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개늑시'는 이준기와 정경호, 남상미가 캐스팅된 상태로 MBC에서 편성된 드라마였다. 캐스팅을 바꿀 수도 없고, 바꿀 마음 또한 없었다. 두 번째 작품이다 보니 나름대로 촬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또 배우와의 소통도 '개늑시' 때부터 시작됐다. 앞서 '신돈' 때는 스튜디오와 야외 연출의 90%를 혼자 맡아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배우들과 대화를 나눌 여유가 없었다. 정말 찍는 데 급급했다. '개늑시' 때 단렌즈도 처음 시도했다. 촬영감독도 '개늑시'가 미니시리즈 메인 입봉이라 그런지 욕심을 많이 냈다. 그 덕분에 독특한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 지금도 폐인이 많다.



'달콤한 인생'은 정하연 작가의 작품이어서 연출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원래는 '욕망의 불꽃' 같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런 이야기는 할 자신이 없다고 하니까 정하연 작가가 그럼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당시 나는 영화 '클로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후 정 작가가 이건 어떠냐면서 제안해준 작품이 '달콤한 인생'이다.  



'달콤한 인생'의 캐스팅은 전부 내 몫이었다. 원래 여주인공 윤혜진 역은 오연수가 아니고 다른 여배우를 제작사 사장이 추천해줬지만, 나는 그 여배우가 혜진의 이미지에 와 닿지 않았다. 유부녀가 여주인공이지만 세련된 멜로를 만들고 싶었다. 아줌마가 바람피우는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달콤한 인생' 이후 오연수는 유부녀이지만 판타지를 품은 배우로 한 단계 성장했다. 



◆ '로드넘버원' 참패 후 알게 된 드라마  



'달콤한 인생'은 촬영감독 복도 따라줬다. 찍는 족족 그림이었다. 하지만 시청률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당시 동시간대에 SBS에서는 문영남 작가의 '조강지처 클럽'이 방송 중이었다. 시청률 40%대와 붙어 이길 가능성은 솔직히 낮았다. 그래도 '달콤한 인생'이 오연수 이동욱에게는 새로운 연기의 길을 열어준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자주 듣는다. 연출자로서 기분은 좋은 이야기다. 



'로드 넘버원'은 '달콤한 인생' 이후 '아이리스'의 연출 제안을  거절하고 선택한 작품. 국정원 이야기는 '개늑시'에서 한 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굳이 내가 연출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드넘버원'은 달랐다. 6·25 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다루는 큰 규모의 드라마를 언제 또 연출할 수 있겠나 싶었다. '로드넘버원'을 통해 이장수 선배를 처음 만났다. 그는 내 연출 인생에 많은 영향을 줬다.



하지만 아쉽게도 '로드넘버원'은 흥행에서 참패했다. KBS2 '제빵왕 김탁구'가 시청률 30%에 다다를 때였다. 당시의 나는 완전히 좌절했다. 대인기피증까지 걸렸다. '로드넘버원'이 방송되고 3주 뒤부터는 집~사무실~편집실~집 이렇게만 오가며 되도록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했다. 이때의 나를 지치지 않게 잡아준 사람이 이장수 선배다. '남들이 치는 박수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눈빛에 스스로 희석되지 말라'라며 자신의 경험에 비춘 진심 어린 문자를 보내줬다. 



'로드넘버원'의 공동연출로 처음 이장수 선배를 만났을 때,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신도 작품 다섯 편을 연출하고 나서 드라마가 겨우 보이기 시작했다고. 줄곧 히트작만 연출한 대선배의 이야기에 무척 놀랐다. 그런데 나 역시 다섯 번째 작품인 '무신'을 연출하며 선배 말의 의미를 조금 알게 됐다. 드라마의 재미를 알게 된 지금, 두려울 건 없다. 





◆ 못다 한 이야기...



- 연출작 시청률 순위: '개와 늑대의 시간'이 가장 높다. 이어 '달콤한 인생' '무신' '신돈' '로드넘버원' 순. 



- 연출자로서 가장 뿌듯할 때: 현장에서 연출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 '욕쟁이 감독'이라는 편견에 대해: 그렇지 않아도 '라디오스타' 방송 전 나한테 나중에 혼날 게 두려워서인지 노영학으로부터 전화가 오기도 했다. '로드넘버원'을 통해 소지섭이 내게 처음 꺼낸 이야기도 '이번에는 욕 안 하겠죠?'였다. '누구한테 들은 이야기냐'고 물으니 이준기가 알려줬다더라. 



'신돈' 때는 욕을 많이 했는데, 욕도 작품을 하면서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큰 작품은 안전사고 때문에 욕을 많이 하게 된다. '달콤한 인생'을 할 때는 가까운 스태프한테 빼고는 욕을 한 적이 없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    



- 최고의 작품: 제일 처음 메인 연출을 맡은 '신돈'을 비롯해 애착이 가지 않는 작품은 한 편도 없다. 남들은 내가 너무 급하게 드라마를 만들고, 드라마가 아닌 이야기만 가지고 끌고 간다고 하는데, 좋아하지 않았으면 이 고된 일을 할 리가 없지 않나. 



- 아쉬운 작품: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다. 다만 '무신'은 MBC 노조 파업 때문에 한 달 반 동안 연출을 비웠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 드라마 제작 중 가장 힘든 단계: 캐스팅. 캐스팅 과정은 굉장히 힘들고 외롭다. 모든 걸 감독이 책임져야 하고, 내 선택이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 100% 없기 때문이다. 



- 궁합이 잘 맞는 작가: '신돈'과 '달콤한 인생' 두 작품을 함께한 정하연 작가. 그는 천재다. 세상에 관심도 많고, 젊은 사고를 지니고 있다. 정말로 범상치 않은 재주를 가졌다. 그의 마지막 작품은 내가 연출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정하연 작가가 날 연출자로 원하고, 그의 작품이 나와 맞는다면 언제든 연출할 의향이 있다.  



- 앞으로 호흡을 맞추고 싶은 작가: 특별히 없다. 인연인 것 같다. 단막극 연출 이후 여성 작가와 호흡을 맞춘 적이 없다는 건 나 자신도 놀랍다.  



- 같이 호흡을 맞춘 최고의 배우: 여배우는 오연수. 남자배우는 소지섭, 이준기, 김주혁 정도. 오연수와는 정말로 즐거웠고, 대화가 잘 통했다. 대단히 적극적인 배우. 소지섭은 톱스타지만 굉장히 소탈하고 성실하다. 현장의 분위기도 나서서 잘 조절해준다. 이준기는 열심히 하는 게 예뻐 보이는 배우다. 남자로서 독특한 매력이 있다. 영리하고 예리한 면은 김주혁이 최고다. 연기의 끝을 알 수가 없다. 



작품을 통해 얻은 배우로는 최민수와 박상민이 있다. 최민수는 현장에 제일 빨리 온다. 현장 분위기가 좋아야 작품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인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아줬다. 박상민은 처음 만났을 때는 싸우지나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중에는 친구가 된 배우다. 바깥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감독이 겪는 배우는 확실히 다르다. 



- 우려했지만 급격한 성장을 보여준 배우: '달콤한 인생'의 이동욱. 우려를 날려버렸다. 이동욱은 연기 스펙트럼이 정말로 넓은 배우다. 



- 신인으로 발탁해 지금은 톱스타가 된 배우: 없다. 연출은 배우를 키우지 못한다는 생각. 배우가 자기 몫을 할 뿐이다. 다만 톱스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 몫을 잘 해내고 있는 배우는 있다. '신돈'의 서지혜가 그중 한 명이다. 



-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배우: 작은 배역의 배우들에게는 늘 마음의 빚이 있다. 내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을 통해 한 단계 뛰어서 다음 작품에서는 좋은 역할을 하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주연 혹은 자리를 잡은 조연 배우들은 뭘 해도 먹고 사니까 걱정이 없다. 반면 이들을 말없이 받쳐주는 배우들은 생계에 위협을 받으며 연기해야 한다. 



- 다시 호흡해보고 싶은 배우: 김주혁에게는 다음에 악역을 꼭 시키겠다고 했고, 김주혁 본인도 하고 싶다고 했다. 나의 후속작에 악역이 나온다면 김주혁이 할 가능성이 아무래도 높다. 김주혁이 악역을 하면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잘할 것으로 믿는다. 



-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배우: 특별히 머릿속에 담고 있는 배우는 없다.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배우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를 내가 연출하면 어떤 그림이 나올지는 궁금하다.  



- 오마주 삼고 싶은 연출자: 내 연출 스타일을 볼 때 최종수 김종학 감독이 아닐까. 그들의 작품을 유독 좋아한다. 



-자신의 작품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면: 아직 드라마를 잘 모르기 때문에 정의하기 어렵다. 



- 연출자로 꼭 해보고 싶은 장르: '달콤한 인생'보다 조금 편하면서도 세련된 멜로를 많이 연출해보고 싶다. 



- 현장에서는 언제까지: 늙어 죽을 때까지 연출하는 게 소원이다. 





김진민 PD는? 1970년생 /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 1997년 MBC 입사 / 대표작 - 신돈, 개와 늑대의 시간, 달콤한 인생, 로드 넘버원, 무신 / 수상경력 - 2008년 제3회 서울드라마어워즈 네티즌이 뽑은 베스트 드라마상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사진=김재창 기자 freddi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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