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기황후'①] 하지원, 뜨겁고 완벽했던 7개월 대장정

기사입력 2014-04-29 0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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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김지현 기자] 왈패, 여인, 어머니, 황후. 배우 하지원이 지난 7개월간 한 드라마에서 보여 준 얼굴이다. 캐릭터와 상황에 따라 얼굴을 바꿀 수 있는 천의 연기자로 거듭났다. 연기로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논란을 불식시켰다. 역시 배우의 진심은 연기, 그 하나로 통한다.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연출 한희)가 오늘(29일) 51부를 끝으로 종영된다. 기승냥(하지원)은 원나라 황제 타환(지창욱)의 정실 황후로 책봉되면서 권력의 꼭대기에 올라섰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여전히 적들은 호시탐탐 승냥과 타환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승냥의 적은 단 두 사람, 매박상단의 수령(골타, 조재윤)과 황태후(김서형)만 남은 상황이다. 두 적들이 손을 잡으면서 그 힘은 더 막강해졌다. 마지막 날, 승냥의 싸움은 절정에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왕유(주진모)와 친아들 마하(별이)를 한꺼번에 잃은 승냥은 독이 오를 대로 올랐다. 최후의 적인 두 사람과의 전쟁이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될지 오늘 방영될 마지막 회에 눈과 귀가 쏠려있다.



지난 10월, ‘기황후’는 우려 속에 출발한 드라마였다. 기황후라는 실존인물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고, 역사 왜곡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존재했다. 뚜껑을 열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을 맞았다. 대부분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다루면서 현실과 거리를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마냥 판타지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생동감 넘치는 전개와 하지원의 리얼하고 섬세한 연기력 때문이다.



방송 초반 하지원은 남장을 한 동네 왈패로 등장했다. 선머슴같은 그녀의 얼굴에서 현재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공녀로 끌려가고, 자식을 잃은 어미가 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얼굴은 증오와 복수심으로 가득했고, 때로는 섬뜩한 기운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7개월 동안 조금씩 냉정한 황후의 모습으로 변모해간 것이다. 왈패에서 권력을 쥐락펴락하는 황후까지 팔색조 같은 얼굴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하지원이라 가능한 연기였다.





하지원의 강점은 액션과 멜로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방송 초반 익숙한 매력을 어필하던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매력을 더하며 천천히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어리숙한 왈패에서 아이를 잃고 절규하는 어머니, 계략으로 적을 쓰러트리는 귀비까지 상황에 따라 맞춤옷을 입는 듯 단계별로 변화를 시도했다. 캐릭터의 진화에 따라 얼굴까지 달라 보였을 정도다.



기승냥은 변화의 폭이 넓고 깊은 캐릭터다. 연기 내공이 부족한 배우였다면 빠르게 변하는 캐릭터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원은 오히려 변화를 즐기는 듯 했다. 능수능란하게 얼굴을 바꿔가며, 연기 보폭을 넓혀갔다.



배우는 그만큼 피나는 노력을 했다. 하지원의 노력을 잘 알려주는 에피소드가 있다. 드라마 중반부, 갓난아기인 별이를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리는 장면을 촬영할 때다. 영하의 날씨 탓에 가만히 있어도 손과 발이 꽁꽁 얼어붙는 시기였다. 대본에는 단순히 호수 주변을 서성인다고 적혀있었지만, 하지원은 극구 호수에 직접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 한다. 체감 온도가 무려 영하 20도까지 내려갔을 때다. 스태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어이 호수에 들어가 촬영을 진행했다.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어떻게 호수를 서성이기만 하겠냐는 것이 하지원의 답변이었다고 한다. 그녀의 프로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원은 지난 7개월 동안 51부작에 이르는 거대한 이야기를 홀로 소화해냈다.대장정이 무사히 끝날 수 있는 건 이 처럼 한결같은 하지원의 노력 덕이다. 열정은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났고, 시청자에게도 전달됐다. 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불가능한 영역이 없음을 보여줬다. 액션부터 멜로, 모성애와 비극까지 연기 영역에 한계가 없다는 걸 몸소 증명했다. 거기에 상대 배우와 앙상블까지 이룰 줄 아는 배우다. 누가 하지원의 연기에 이견을 제기할 것인가. 그녀는 최고다.



김지현 기자 mooa@tvreport.co.kr /사진=MBC '기황후'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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