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th 칸리포트] '오피스' 고아성 "배우 직급? 전 아직 인턴이죠"(인터뷰)

기사입력 2015-05-21 06: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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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배우 고아성(22)이 칸영화제를 찾았다. '괴물'(06), '여행자'(09)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초청이다. 제68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영화 '오피스'(홍원찬 감독, 영화사 꽃 제작)로 칸을 찾은 고아성을 프랑스 현지에서 만났다.



'오피스'는 평범한 직장인 김병국 과장(배성우)이 자신의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회사로 돌아간 후 자취를 감추고, 그의 팀원들이 한 명씩 살해당하는 의문의 사건을 그린 스릴러 영화. 고아성은 미스터리의 중심에 선 인턴 이미례 역을 맡았다.



영화는 친숙하다고 믿었던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스릴러와 호러 사이 기묘한 줄타기를 하는 이 영화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프리미어 상영 당시 현지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특히 관객들은 고아성의 특정(?) 장면에서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쳐 영화에 대한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괴물'이라는 높은 산을 넘어 '설국열차'로 해외진출 가능성을 연 그는 S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로 단단히 굳혀진 아역배우 이미지를 훌훌 털어냈다. '오피스'로는 드디어 제 나이에 맞는 옷을 입고 장르 영화 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내공을 펼쳤다. 



13살에 데뷔해 어느덧 데뷔 11년차에 접어든 그이지만 스스로에 대해 "배우 직급으로 따지자면 아직 인턴"이라고 말한다. "이제 재밌는 선택을 좀 더 많이 해보려고요"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번지는 걸 보니, 이 다음 행보 역시 예사롭지 않을 눈치다. 고아성의 '다음'은 뭘지 자뭇 기대된다.





다음은 고아성과 일문일답.



-세 번째 칸영화제 방문이다.



처음에 왔을 때는 잘 모르고 왔다. 오히려 돌아가고 나서 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이번엔 6년 만에 다시 오게 됐는데, 짧지만 재밌게 보내고 싶다.



-레드카펫 입장할 때 기분이 어땠나



정말 너무 떨렸다. 감독님이 절대 영화를 안 보여주셔서 나도 처음 보는 거였거든.



-드레스가 아닌 바지를 입었다.



사실 너무 바빠서 레드카펫 준비를 못했다. 현장 쇼룸에서 고른 거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기분이 어떤가



미궁에 빠진 것 같다. 지금 30부작 드라마를 찍고 있는데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나도 모르게 영화의 리듬이 있었던 것 같다. 3개월 동안 2시간 짜리 분량을 찍다가 사흘 동안 4시간 분량을 찍으려니 감정적 소모가 굉장했다. 영화의 수십배의 감정이 쏟아졌다. 그렇게 '풍문으로 들었소'에 집중해 있다가 지난해에 찍은 영화를 보니 너무 혼란스러웠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때문에 촬영 때문에 바빴나



드라마는 바쁜 요일이 정해져있다. 칸영화제 일정이랑 하루가 겹쳐서 금요일, 토요일에 몰아 찍느라 정말 바빴다. 안 그래도 박성웅 선배가 못 오시니까 '나라도 참석해야 하는데'라는 사명감을 갖고 왔다.





-긴장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굉장히 여유로워보였다.



내가 원래 떨리는데 안 떨리는 연기를 잘한다. 관객들이 중간에 웃고 박수치길래 많이 놀랐다.



-후반부 반전의 연기를 펼쳤다.



외신 기자들이 '스릴러, 우중충한 영화에 출연하는 걸 좋아하느냐'라고 묻더라. 부정할 수 없었다. 스릴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르다 보니까 스릴러 시나리오를 고를 때 더 까다로워진다. '오피스'는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을 다 깨는 시나리오였다. 신선한 영화가 탄생할 것 같더라.



-직장인의 삶이 이해가 되던가.



배우와 회사원의 구분이 명확하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닌 것 같다.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겠지만 노력은 많이 했다. 사실, 미례에 대한 정확한 롤모델이 있다. 누군지 말씀드릴 순 없지만 그분을 졸졸 쫓아다니면서 그분 회사에도 가보고 책상에도 앉아봤다. 



-관찰을 통해 회사원에 대해 느낀 점이 있다면



회사 사무실이 생각보다 너무 시끄러웠다. 이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어떻게 집중해 일을 하나 싶었다. 또, 일을 하는 곳인데도 그 안에서 (사내)정치가 있다는 걸 발견했다.



-배우들 세계에도 정치가 있나



그럼.



-고아성 같은 경우는 정치를 하는 편인가



정치적으로 생각해 보면 나는 홈리스(노숙자)나 다름 없는 편이다. 사회에 거의 없는 사람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정치에 관심 없다.





-'풍문으로 들었소'의 유준상이 칸영화제 팁을 알려준 게 있나. 유준상 역시 지난해 '표적'으로 '오피스'와 같은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는데



미드나잇은 다른 부문과 달리 레드카펫에 사람이 많이 없으니까 당황하지 말라고 하더라.



-극중 나름의 액션이 있었다.



너무 괴팍한 액션이 아닌, 통쾌한 액션이길 바랐다. 정말 속시원한 액션 있잖아. 사실, 액션 장면 촬영하다 발톱이 나갔다. 1~2주 정도 쉬었다.



-최근 들어 실제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찾아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항상 내가 원하는 것만 할 순 없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깨야 하는 편견이 생기더라. 요컨대, 아역배우 출신들의 순리 같은 게 있는 거지. 아역으로 시작해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키스신을 찍고, 더 나이가 들면 농염한 연기에 도전했다가 배신 같은 순간이 오기도 한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이 모든 것을 완벽히 배반하는 캐릭터였다. 드라마 시작부터 애를 낳았잖아.



-'오피스' 역시 실제 본인 연령대다. 주변 친구들 중에 미례처럼 인턴생활하는 친구가 있나



'오피스' 찍을 당시 내 친구들 전부 인턴을 하고 있었다. 맨날 친구들 붙잡고 물어봤다. 친언니도 인턴하고 있었고. 참고할 사람이 많아서 좋았다.



-미례를 배우로 따져보면 캐스팅에서 밀린 경우 아닌가. 고아성도 그런 경험이 있나



당연히 있다. 없는 배우는 없을 걸? 정식 데뷔는 13살인데 4살 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매번 떨어지다가 13살 때 겨우 붙어서 배우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오피스'에 인턴, 대리, 팀장, 과장 등 다양한 직급이 등장하는데 배우 고아성의 직급을 따져보자면?



인턴 아닐까? 이번에 신인상 후보에도 올랐으니까.(웃음)





-해외영화제, 해외 프로젝트 경험이 많다. '오피스' 홍원찬 감독, 배성우와 함께 왔는데, 고아성이 앞장을 서서 리드해야 하는 분위기 아니었나. 설레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 같은데



전혀 인식 못하고 있었다. 물론 해외영화제에 많이 간 게 도움은 됐다. 국내 영화제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가 처음이었다. 해외영화제가 국내영화제보다 더 편한 건 있다. 국내영화제는 다 아는 사람들이지만, 여긴(해외영화제) 날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편하다.



-어렸을 때부터 활동해서 친딸, 친동생처럼 조언해주는 이들이 많을 것 같은데



'설국열차' 때 함께 연기한 틸다 스윈튼. 이상하게 자주 보게 된다. 1년에 두 번 정도는 만나게 된다. 전화를 하거나 행사에서 보게 되거나. 얼마 전엔 샤넬쇼에서 만났다. 멀리 있어도 서로를 지켜보고 응원한다는 느낌이 든다.



-흔히 뜨면 변한다는 말이 있다. 대형 프로젝트에서 얻은 것도 있는 반면 경계하고 싶은 것도 있을 텐데



내겐 그 순간이 되게 일찍 찾아왔다. 첫 영화가 '괴물'이었기 때문에 그때의 그 환경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거지. 굉장히 놀랐다. 이후 '여행자'를 통해서는 소위 작가주의 영화를 처음 만나게 됐다. '괴물', '설국열차' 같은 대형 프로젝트도 있었지만, 흥행 안 된 작품들도 많았다.(웃음)



칸(프랑스)=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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