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자의 눈] '박열' 이준익, '일본인=나쁜놈' 그리지 않은 까닭

기사입력 2017-06-30 17: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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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나리카와 아야 객원기자] 광복70주년을 맞이한 2015년부터 일제강점기를 그린 영화가 잇따라 개봉되고 있다. 28일에 개봉되는 ‘박열’은 그 중에서도 색다른 영화다. ‘일본인=나쁜 놈’이라는 식으로 단순하게 그리지는 않는다. 제목이 ‘박열’이지만 주인공은 박열(1902~1974)과 그 파트너였던 일본인 가네코 후미코(1903~1926)다. 박열과 후미코는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을 자백하고, 대역죄로 사형을 받은 아나키스트 커플이다. 사건 당시에나 화제가 되었으나, 한국에서는 거의 잊힌 존재였다. 그 존재를 다시 세상에 알려준 이준익 감독을 만났다.



감독과 박열의 만남은 2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나키스트’(2000) 제작 중 자료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를 발견했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경성이나 만주나 상해에서 주로 활동했다. 박열은 제국주의의 중심부 도쿄에서 활동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나, 경성에서 3.1운동을 경험한 뒤 일본으로 건너간 박열은 관동대지진 발생 후에 일어난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본정부와 대역죄의 재판을 통해 싸웠다.  



“한국이 일제강점기라는 그 시대를 아직도 정리해내지 못한 부분이 많다. 민중의 역사나 왕권의 몰락이라는 더 오래 전부터의 맥락을 갖고 보지 많으면, 식민지 기간만 갖고 정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박열’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본질을 좀더 자세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박열은 영화 속 대사에도 있듯이, 일본 권력엔 반감이 있지만 일본 민중에게는 오히려 친근감을 갖고 있었다. 탈국가적이고 탈민족적인 행동 방식이 다른 독립운동가들과 다른 점이다.”



그 박열을 맡은 것은 젊은 배우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이제훈이다. ‘건축학개론’(2012)에서 보여준 섬세하고 순진한 대학생과 정반대인, 말 안 듣는 주선인 중 가장 말 안 듣는 문제아를 열연했다. “이제훈이라는 배우로서의 긴장의 떨림이 박열이 갖고 있는 뜨거움과 통한다.”





박열 역으로 이제훈을 추천한 것은 후미코를 연기한 최희서다. 날카로운 눈빛이 박열의 이미지와 겹쳤다고 한다. 최희서는 이번이 첫 주연이다. 이준익 감독의 전작 ‘동주’에도 일본인 역할로 출연했다. 네이티브 수준의 일본어 실력은 물론 이준익 감독은 그녀의 남다른 연기력을 믿고 주연을 맡겼다고 한다. “가네코 후미코라는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여배우는 최희서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영화는 박열과 후미코의 만남으로 시작하고, 후미코의 죽음으로 끝난다. “사랑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박열의 평생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의 권력 일본정부와 천황제에 맞서는 아나키스트의 행동 방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박열이라는 정체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박열이 혼자 한 것이 아니고 후미코와의 관계성 안에서 그런 행동이 있었다.”



자료 수집이나 번역 작업에서도 일본어에 능통한 최희서가 활약했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가 실화라는 것을 몇 번씩이나 강조한다. 그것은 만든 이야기라고 여겨질 정도로 그들의 행동이 ‘극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법정에 한복을 입고 나타나거나, 유치장에서 편지를 주고 받거나. 재판 기간 중에 찍은 책을 든 후미코의 가슴을 박열이 만지는 그 장난스러운 사진이 감독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게 대역죄인의 모습인가 할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아주 파격적인 사진을 보면, 박열과 후미코의 성격과 기질이 보인다. 어떠한 고난이 와도 자신들의 자존심이 흔들리지 않는 신념의 덩어리였지 않겠느냐.“ 무거울 수도 있는 소재이지만 영화는 의외로 밝다. 박열과 후미코, 그리고 행동을 같이 한 아나키스트들은 오히려 재판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아무리 힘들어도 즐거움과 웃음을 찾아내는 인간의 본성이 있다. 그래서 명랑하고 유쾌한 젊은 친구들을 그리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응원가처럼 느끼기도 하지만, 그건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의미 부여를 할 수는 있겠으나, 감독이 그런 것을 목표로 찍은 것은 아니다. 박열이나 후미코는 목표가 아니라 영화의 수단이라고. 박열과 후미코를 통해서 그 시대를 보여주고 싶었다.”



최희서와 마찬가지로 감독의 신뢰를 얻어 잔작에 이어서 출연한 배우가 내무대신 미즈노 렌타로 역을 맡은 김인우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재일동포3세다. 본인이 ”너무 너무 나쁜 놈”이라고 할 만큼 조선인 학살을 일으키고 은폐하려고 한 장본인 역할이다. 미운 정도를 넘어 웃음이 터질 정도로 나쁜 놈이다. 김인우 외에도 일본어 네이티브인 배우가 10몇명 출연했다. 도쿄의 극단’신주쿠양산박’ 멤버가 대부분이다. 김수진 대표에게 도와달라고 부탁을 한 이준익 감독은 “신주쿠양산박자체가 아나키스트적인 집단”이라고 한다. 김수진은 재판장 역을 맡았다. 사형 판결을 내리는 역할인데 박열과 후미코의 법정 퍼포먼스에 당혹하고, 조선인 학살에 대해 박열이 호소하는 장면에서는 복잡한 표정을 보여준다. “김수진씨가 제일동포이기 때문에 나온 표정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뿐이 아니다. 재판관이라는 공적인 입장에서는 자기가 해야 하는 임무는 다하지만, 개인적인 감정을 갖는 것은 국적과 상관없는 일이니까.”



미즈노와 정반대의 입장인 일본인이 박열과 후미코의 무죄를 주장한 변호인 후세 다츠지다. 김인우처럼 요즘 한국 영화에서 활약하는 야마노우치 타스쿠가 연기했다. “일본사람이 다 나쁘다면 한국사람은 다 좋나? 그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후세 타츠지라는 존재와 미즈노 렌타로라는 존재도 일본 전체를 이루는 요소 중에 하나이다. 한 국가든 개인이든 그 안에서도 다양한 입장과 시선이 존재한다.” 일본과 일본인의 다양한 면을 그리면서 작품에 깊이를 주었다.



일본에서는 7월에, 한국에서 개봉된 지 1년반만에 ‘동주’가 개봉된다. 이준익 감독은 “동주가 일본에서 상업적인 성과가 있어야, 박열도 수입해주겠죠.” 하고 웃었다. 



나리카와 아야 객원기자(동국대 대학원생, 전 아사히신문 문화부 기자) aya@tvreport.co.kr 사진=TV리포트 DB 및 영화 '박열'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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