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떠도는 ‘김신명숙 망언어록’ 그 실체는?

기사입력 2011.10.22 1:3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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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 이우인 기자] 지난 8월말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김신명숙'이라는 이름이 실시간 급상승어 순위 상위에 오르며 관심을 받았다. 



이때 네티즌들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김신명숙이 검색어에 있는데 무엇 때문이냐"면서 궁금해 했고, '김신명숙 망언어록'이라는 단어까지 새삼 화제를 모았다.



그 와중에 TV리포트 인턴 기자 하나가 그 망언어록을 사실인 것으로 착각해 기사를 작성했고 그것이 데스킹 과정을 거치기 전에 게재가 되는 실수가 발생했다. 이 점 독자 여러분과 김신명숙 씨에게 사과를 드린다.



실수를 확인한 TV리포트는 바로 기사를 내리고 도대체 왜 이렇게 기자까지 착각하게 만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취재에 들어갔다. 각종 카페와 블로그에 '김신명숙 망언어록'이라고 소개된 것들은 그 내용이 TV 토론 프로그램 석상에서 한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비상식적이다. 당연히 사실도 아니다. TV리포트는 지금까지 ‘망언들’과 관련해 아무런 근거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럼 왜 그런 엉터리 문건이 인터넷에 돌아다닐 뿐 아니라 검색어 상위에까지 오르고 있는 것일까? 



◆ 김신명숙은 ‘깔깔녀’?



김신명숙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 방송인이자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다. 현재 페미니스트 웹진 ‘이프’의 편집인이기도 한 그녀는 KBS 1TV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를 진행하기도 하는 등 언론인이자 방송인, 작가, 여성학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김 편집인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1998년에 방송된 KBS 1TV ‘길종섭의 쟁점토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토론 패널로 참여한 그녀는 군가산점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군가산점이 여성을 차별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개진했는데 그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그녀는 이 방송 이후 ‘깔깔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주장에 의하면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는 것만이 국방의 의무는 아니라고 했죠? 저도 총 대신 책을 잡고 싶었습니다”라는 한 남성 방청객의 말에 김신명숙이 “그래서요? 깔깔깔깔”이라고 비웃었다는 것이고 그래서 생긴 별명이었다.



이후 김신명숙은 군가산점뿐 아니라 군대 관련 이슈나 심지어 여성부 문제가 불거질 때도  빠지지 않고 계속 공격당하는 단골 ‘안주거리’가 됐다. 일부 남성들은 심각한 명예훼손 수준의 감정적 배설을 인터넷상에 거리낌 없이 토해냈다. 





◆ 김신명숙 ‘100분 토론’ 발언록은 가짜



인터넷에서 ‘김신명숙’을 검색하면 지난 2007년 9월 13일 ‘다시 불붙는 간통죄 논란’이라는 주제로 방송됐던 MBC TV ‘100분 토론’의 영상을 담은 게시글이 수십 개씩 나온다. 이들 게시글에는 당시 토론 내용이라며 ‘김신명숙의 망언들’을 담은 발언록까지 친절하게 첨부돼 있다. 



그러나 영상을 실행하면 김신명숙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그 토론에 패널로 참여한 것이 사실인데도 말이다. 그리고 간통죄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군대 문제를 발언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MBC TV ‘100분 토론’에서 김신명숙이 군대 관련 망언을 했다는 것은 완전히 거짓주장인 것이다.



또한 ‘길종섭의 쟁점토론’ 속 김신명숙의 행동도 와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영상을 보면 한 남성 방청객이 김신명숙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 일어나서 자신의 군대생활 고충을 길게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김신명숙은 유심히 듣다가 “그래서요?”라고 묻는다.



그런데 그녀의 물음에 당황했는지 방청객은 우물쭈물하다 질문을 하지 못했고,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김신명숙과 다른 패널들도 방청객과 함께 웃었다. 이는 당시의 토론장면을 캡처한 사진, 지금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김신명숙만 웃고 있는 게 아니라 옆에 앉아 있는 패널도 똑같이 웃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신명숙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토론회는 항상 시간에 쫓긴다. 나 역시 할 말이 많은데 남은 시간은 별로 없어 마음이 급했다. 그래서 빨리 질문을 해달라는 뜻으로 ‘그래서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그렇게 물으니 그분이 좀 당황한 듯 질문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래서 토론장 전체에 웃음이 터졌다.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나는 전혀 그분을 공격하거나 비웃지 않았으며 그럴 의도도 없었다.”



◆ 화풀이 대상이 된 김신명숙, 이대로 계속돼서는 안 된다



이처럼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해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녀에 대한 비방이 계속되고 하지도 않은 말까지 조작돼 망언어록이라며 돌아다니는 것일까? 왜 아직도 김신명숙이 검색어 상위에 오를 만큼 얘깃거리가 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당사자인 김신명숙은 이렇게 견해를 밝혔다.



“군대와 관련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나에 대한 온갖 발언들은 사실 나에 대해 말해주는 건 거의 없다. 군대와 관련해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한 그들에 대해 말해주는 것이다. 나는 거의 보지도 않는다. 이삼 년전에는 어쩌다 눈에 띈 발언내용이 너무 심각하다고 판단돼 경찰에 고소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잡고 보니 고등학교 3학년생이고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고 있다고 해 그냥 훈방조치로 끝냈다. 그 이후 아, 군대문제든 취업문제든 대학입시든 스트레스 많이 받는 젊은 남자들이 나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고 있구나 생각하고 있다. 한국사회, 여자든 남자든 살기 얼마나 힘들고 스트레스가 많나? 그 문제가 많이 완화되기 전에는, 아니면 새로운 화풀이 대상이 생겨나기 전에는 이 상태가 별로 바뀔 것 같지 않다.”



당사자인 김신명숙은 의외로 무심하고 담담했다. 양식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엉터리 자료들을 믿겠느냐고 물었다. 지난 8월말의 사건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TV리포트가 실수를 저지를 만큼 사태가 악화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사자가 별로 신경쓰지 않고 놔둔다고 해서 이런 악의적인 허위사실 조작과 비방, 명예훼손이 계속돼도 좋은 것일까? 분명히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적인 행위인데 말이다.



사진=인터넷에 떠도는 '김신명숙 망언록', SBS, KBS



이우인 기자 jarrje@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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