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돌’ 정세운, 성격·음악적 행보 모두 ‘외유내강’ [리폿@스타]

[TV리포트=김민지 기자] 어떤 방식으로든 탈락자가 나와야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잔인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때문에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이하 ‘프듀2′)’ 열풍이 불었던 지난 2017년, 수많은 ‘국프’들 사이에서 ‘프듀2’를 곁눈질로 봤다. 101명의 연습생들 중 단 11명만 살아남는다니. 아직 세상의 쓴맛을 보기엔 너무 어리고 앳된 소년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친구가 “여기엔 너도 아는 연습생이 있을 거다”며 ‘프듀2’ 콘셉트 평가 무대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바로 ‘오 리틀 걸(Oh Little Girl)’. 무대에 오른 7명의 연습생들 중 깔끔한 보컬 실력을 뽐내는 연습생이 눈에 들어왔다. 유일하게 챙겨봤던 서바이벌 프로그램 SBS ‘K팝스타3’에 나왔던 정세운이었다. 

기타 하나를 메고 등장했던 소년이 이번엔 아이돌이 되겠다며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에 한 번, 생각보다 훨씬 ‘아이돌’스러운 모습에 또 한번 ‘의외’라고 느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인디 뮤지션에 더 가까웠던 그가 왜 갑자기 아이돌을 꿈꾸게 됐는지. 이후 ‘프듀2’를 조금씩 챙겨봤고 궁금증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정세운이 겸손함과 자신감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

정세운은 “아이돌이 하고 싶냐, 가수가 하고 싶냐”는 보아의 질문에 “최종 꿈은 기획사 사장이다.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작사 작곡도 하면 좋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고, 다른 연습생들의 기에 눌리지 않고 자기 의견을 또박또박 말했다. 트레이너들의 피드백에 울고 웃던 연습생들 사이에서 줄곧 유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프듀2’ 생방송 파이널 무대에서 12위에 오른 정세운은 정말 안타깝게 데뷔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누구보다 아쉬움이 컸을 법도 한데, 그는 눈물을 보이기는 커녕 아쉬운 말 한마디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며 웃었다.

지금껏 봐온 정세운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외유내강’이다. 정세운의 음악적 행보 역시 그의 성격을 닮아 조용히 강하다. ‘프듀2’ 출신의 솔로 아티스로만 보일지 몰라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데뷔 2년 차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막강한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 데뷔 앨범 ‘에버(EVER)’를 포함해 총 4개의 미니앨범을 발매했다. 여기서 핵심 포인트는 매 앨범마다 자작곡을 수록했다는 것. 첫 번째 미니앨범 PART2 ‘애프터(AFTER)’ 수록곡이자 정세운의 자작곡인 ‘닿을 듯 말 듯’은 음악 평론가들의 호평을 자아냈다. 이를 통해 정세운은 ‘싱어송라이돌(싱어송라이터+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SBS ‘기름진 멜로’ OST ‘뭔가 있어’,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OST ‘It’s You’, SBS ‘여우각시별’ OST ‘이봐 이봐 이봐’로 OST계에도 발을 뻗었다. EBS ‘스페이스 공감’, MBC ‘복면가왕’, JTBC ‘비긴어게인2’,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 대표적인 음악 관련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데뷔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해 3월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고 최근에는 태국과 대만 콘서트를 성료했다.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과 ‘서울재즈페스티벌’ 등 큰 공연에도 매해 초청받고 있다.

또 뮤지컬 ‘그리스’의 대니 역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와 남다른 퍼포먼스 소화력을 선보여 뮤지컬 배우로서의 성장 가능성도 입증했다.

한 음악 방송 관계자는 정세운에 대해 “차분한 스타일인데, 음악 하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즐기는 것 같았다. 여러 음악 관련 업계가 정세운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건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른 방송 관계자 역시 “조용히 자기 할 일을 해서 확 티가 나진 않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항상 열심히 하고 있더라”며 정세운의 ‘외유내강’을 짐작케 했다.

정세운이 꾸준히, 탄탄하게, 차근차근 쌓아갈 음악적 커리어와 앞으로의 행보에 믿음이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민지 기자 kimyous16@tvreport.co.kr / 사진=정세운 공식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