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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무섭다…1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2026 첫 ‘천만 관객’ 노리는 韓 영화

허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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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1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2026년 극장가에 가장 먼저 ‘천만’ 가능성을 언급하게 만든 작품이 등장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그 주인공이다.

25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24일 하루 19만 4,646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누적 관객 수는 621만 8,972명으로 개봉 20여 일 만에 600만을 넘어선 데 이어, 무서운 기세로 흥행 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침체된 극장 환경을 감안하면 더욱 이례적인 성적이다.

OTT가 일상이 되고, ‘천만 영화는 옛말’이라는 체념이 퍼진 시대. 이 작품은 그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 패배한 소년 왕의 서사, 관객을 움직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한다.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이홍위)과,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의 이야기를 담았다. 촌장 역은 유해진이, 단종 역은 박지훈이 맡았다.

한국 사극의 흥행 공식은 대체로 ‘이긴 자’의 역사였다. 전쟁을 승리로 이끈 장수, 난세를 평정한 군주, 통쾌한 복수의 서사. 그러나 단종은 다르다. 그는 권력을 지키지 못한 왕이다. 싸워보지도 못한 채 밀려난 소년이다. 승리도, 통쾌함도 없다. 남는 건 상실과 체념, 그리고 인간적인 고독이다.

그런 인물이 지금 극장을 채우고 있다. 단순한 역사적 호기심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패배한 존재’의 서사가 지금의 시대 정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구조 속에서 밀려난 개인, 노력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현실, 그럼에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려는 몸부림. 단종의 눈물은 2026년 관객의 마음을 건드렸다.

▲ 장항준 감독, 인간의 시선으로 풀어낸 역사

연출은 장항준 감독이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사극에 도전했다. 거대한 역사적 선언 대신, 한 소년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연출이 특징이다.

장 감독은 제작 초기 “일일이 설명하는 역사극이 아니라,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대가 보이게 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영화는 권력 다툼의 스케일보다, 유배지에서 마주하는 인간 군상의 온기와 냉혹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관객은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것이 아니다. 단종이라는 인물의 운명을 함께 견디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장 감독 특유의 인간적인 시선은 무거운 소재를 공감의 언어로 번역해냈다. 그 결과, ‘패배한 왕’의 이야기가 흥행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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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의 단종, 새로운 인생 캐릭터

무엇보다 박지훈의 연기는 작품의 중심축이다. 그는 복합적인 감정을 눈빛 하나로 설득한다. 분노를 폭발시키기보다, 억눌린 감정을 절제된 호흡으로 표현한다. 왕이지만 무력한 존재, 소년이지만 운명을 짊어진 인물의 모순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관객 반응도 뜨겁다. ‘내 단종님’, ‘홍위오빠’, ‘전하’ 등 다양한 애칭이 생겼다. 박지훈은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시사회 직후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꿈에서라도 다시 뵙게 된다면 꼭 묻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하며 먹먹함을 전했다.

스크린 속 단종의 고독과 현실의 상실이 겹치며, 그의 연기는 더욱 깊은 울림을 남겼다. 많은 관객이 “박지훈의 인생 캐릭터”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 “천만 되면 개명·귀화?” 장항준의 파격 공약

흥행이 이어지자, 장항준 감독의 ‘천만 공약’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앞서 “천만이 되면 전화번호를 바꾸고 개명과 성형을 하겠다. 다른 나라로 귀화할까도 생각 중”이라며 농담 섞인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에는 가능성이 낮다는 전제의 유쾌한 농담이었지만, 현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621만을 돌파한 현재 추세라면 800만, 900만도 현실적인 숫자다. 설 연휴 이후에도 꾸준한 입소문을 타고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AI 기반 흥행 예측 분석에서도 천만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결과가 나오며 화제가 됐다.

‘왕과 사는 남자’가 실제로 천만 고지를 넘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흥행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OTT 전성시대에 극장이 여전히 집단적 감동의 공간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13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조선의 소년 왕이 21세기 극장을 다시 채우고 있다. 장항준 감독의 파격 공약이 현실이 될지, 2026년 첫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탄생할지 극장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쇼박스,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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