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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올킬 행진…독특한 설정으로 평단 호평 끌어낸 화제작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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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월드 스타의 내한과 함께 주목받은 작품이 화제다.

지난 2일, 배우 양조위가 한국을 찾았다. 15일 개봉을 앞둔 영화 ‘침묵의 친구’의 홍보를 위해 한국에 방문한 그는 4일까지 한국에서 팬들과 특별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양조위는 ‘적벽대전'(2008) 이후 무려 18년 만에 영화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방문을 통해 그는 무대인사, GV를 비롯해 JTBC ‘뉴스룸’, GQ KOREA ‘NICE TO MEET Q’ 등에 출연해 홍보 일정을 소화한다. 

‘침묵의 친구’는 한 그루의 은행나무를 중심으로 여러 시대의 시간이 관통하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독특한 구조와 정서를 담아낸 이 작품은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100%를 기록하며 올해 가장 경이로운 작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양조위의 내한을 맞아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를 짚어봤다.

말이 사라진 시대다. 빠른 반응과 즉각적인 대화가 우리의 하루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흐름의 한가운데, 이질적인 작품 한 편이 등장했다.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침묵의 친구’는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교감은 내세웠다.

영화는 하나의 거대한 축에서 출발한다. 1832년부터 한 자리에 서 있던 은행나무, 그리고 그 나무를 중심으로 서로 다른 시간대(1908년, 1972년, 2020년)를 살아가는 세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줄거리만큼이나 구조가 인상적이고, 사건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이 겹쳐지는 방식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영화다.

이 작품은 양조위가 선택한 영화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양조위는 ‘중경삼림’, ‘해피 투게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등에 출연하며 전설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그리고 ‘화양연화’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섰다. 오랜 시간 아시아 영화의 정서를 대표해 온 양조위는 자신의 첫 유럽 영화에서 감정을 쏟아내기보다 ‘덜어내는 방식’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양조위가 연기하는 토니는 팬데믹 시기, 텅 빈 대학에 홀로 남겨진 신경과학자다. 외부와 단절된 채 시간을 보내던 그는 오래된 은행나무를 마주하고, 그 존재를 향한 호기심을 실험으로 확장한다. 흥미로운 건 이 설정이 과학적 접근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감정의 영역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수백 년을 버텨온 나무와, 단절된 시대 속 인간의 고독이 서로를 비추는 순간. 이 영화는 말 대신 ‘존재 자체’로 교감하는 관계를 그린다.

양조위는 이 복잡한 감정선을 눈빛과 호흡만으로 밀도 있게 그려낸다. 이 캐릭터를 위해 그는 촬영 전 수개월 동안 신경과학과 식물에 대한 이해를 쌓고, 신경과학자들과 인터뷰까지 진행하며 캐릭터의 언어와 리듬을 설계했다. 덕분에 토니는 명확히 정의할 수 없지만 독특한 정서를 전하는 캐릭터로 완성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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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을 맡은 일디코 에네디 감독은 “토니 역은 양조위를 염두에 두고 썼다. 충만하고 의미 있는 침묵이 필요했고, 그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필요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영화 제목인 ‘침묵의 친구’는 은행나무를 상징하지만, 양조위의 존재감을 나타내기도 한다”라고 양조위를 향한 찬사를 보냈다.

일디코 에네디 역시 이 작품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키워드다. 헝가리 출신의 일디코 에네디 감독은 데뷔와 동시에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1989년 첫 장편 ‘나의 20세기’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거머쥐었고, 이후에도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 왔다. 2017년에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다시 한번 경신한 바 있다. 이어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유럽을 대표하는 감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일디코 에네디는 데뷔작부터 인간과 자연, 보이지 않는 연결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이번 작품에서 그 관심은 더욱 확장됐다. 나무와 인간, 과학과 감정이라는 대비를 통해 관객이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게 한다. 설명 대신 체험에 가까운 접근으로 관객을 영화에 몰입하게 했다. 그는 “이 영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대화로 관객을 초대한다. 오래된 은행나무를 축으로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세 인물이 식물의 세계와 만나며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라고 ‘침묵의 친구’를 설명했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동력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남성 중심의 공간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는 1908년의 그레테(루나 배들러 분), 식물과의 교감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하는 1972년의 하네스(엔조 브룸 분). 그리고 2020년의 고독한 신경과학자 토니(양조위 분)가 각자의 고민을 관객과 공유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침묵의 친구’는 이 외로움이 어떻게 시간을 관통해 이어지고, 끝내 하나의 감정으로 수렴되는지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은행나무는 더 이상 배경 속 사물에 머물지 않는다. 가장 오래된 관찰자이자, 가장 조용한 연결자로 극에 개입한다. 인간보다 긴 시간을 살아온 은행나무는 세 인물의 삶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그들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되돌려주며 함께 호흡한다. 말이 없는 존재가 오히려 가장 많은 것을 전달하는 아이러니 속에 ‘침묵의 친구’의 핵심이 있다.

‘침묵의 친구’는 거창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감각을 꺼내 보인다.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것들, 연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이어져 있는 관계들이 우리의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양조위의 명품 연기로 더 빛난 ‘침묵이 친구’는 이번 달 15일 개봉해 관객과 만난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안다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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