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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수위→파격적인 설정으로 11년 동안 언급되더니, 4K 리마스터링 확정한 영화

강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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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어떤 영화는 시대의 금기를 건드려 기억되고, 어떤 영화는 한 시대의 감정을 붙잡아 살아남는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몽상가들’은 두 가지를 모두 해낸 작품이다. 대담한 노출과 파격적인 관계 설정으로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논란은 식지 않았지만, 동시에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몽상가들’은 끊임없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불리우는 영화가 됐다.

영화 ‘몽상가들’은 1968년 파리 시네마테크에서 만난 세 청춘 매튜, 이사벨, 테오가 영화와 음악, 문학을 매개로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작품이다. 우정과 사랑, 가족이라는 익숙한 경계는 조금씩 흐려지고, 세 사람은 현실보다 영화 같은 삶을 선택한다.

개봉 당시에는 대담한 표현과 아슬아슬한 설정이 먼저 주목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을 다시 찾게 만든 것은 자극이 아니었다. 영화를 향한 맹목적인 사랑,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청춘의 열망, 그리고 현실 앞에서는 끝내 문을 걸어 잠갔던 젊음의 모순. 그 아이러니가 지금까지도 ‘몽상가들’을 살아남게 한 힘이다.

2003년 처음 공개된 ‘몽상가들’은 오는 12일 국내 최초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 혁명은 거리에서, 세 청춘의 꿈은 방 안에서

‘몽상가들’은 자유와 혁명의 열기가 파리를 뒤덮었던 1968년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 프랑스 정부의 개입으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장이었던 앙리 랑글루아가 자리에서 물러나자 장 뤽 고다르와 프랑수아 트뤼포를 비롯한 영화인과 관객들이 거리로 나왔다. 랑글루아 해임에 반대하며 시작된 저항은 훗날 프랑스 5월 혁명의 문화적 전조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미국인 유학생 매튜(마이클 피트)는 바로 그 시네마테크 앞에서 쌍둥이 남매 이사벨(에바 그린), 테오(루이 가렐)를 만난다. 영화를 향한 뜨거운 애정으로 가까워진 세 사람은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같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외부의 규칙이 닿지 않는 자신들 만의 작은 세계를 만든다.

이들은 고전영화의 장면을 따라 하고, 배우와 대사를 맞히는 놀이를 하며 현실을 영화로 바꿔나간다. 영화는 세 사람을 이어주는 공통의 취향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가 된다.

그 과정에서 우정과 사랑, 가족이라는 관계의 경계도 서서히 흐려진다. 쌍둥이 남매와 낯선 청년 사이에 형성되는 위태로운 친밀감과 과감한 연출은 당시 기준으로도 파격적이었다. 미국에서는 NC-17 등급을 받았고, 작품은 오랫동안 내용보다 수위가 먼저 언급되는 영화로 남았다.

그러나 ‘몽상가들’이 보여주는 가장 위험한 장면은 드러난 몸이 아니라 굳게 닫힌 문이다.

정작 가장 위험했던 것은 방 안이었다. 밖에서는 학생과 노동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세상을 바꾸려 하지만, 혁명을 이야기하던 세 사람은 오히려 아파트 안으로 깊숙이 숨어든다. 자유를 꿈꾸면서도 부모가 남긴 공간과 돈에 기대고, 정치적 이상을 말하면서도 현실에는 좀처럼 발을 내딛지 않는다.

이들의 작은 왕국이 무너지는 순간 역시 내부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거리에서 날아온 돌이 창문을 깨고 들어온 뒤에야 바깥의 현실은 방 안까지 밀려든다. 가장 자유롭다고 믿었던 청춘들이 사실은 가장 좁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는 역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베르톨루치는 청춘을 아름답게 바라보면서도 그들의 미성숙함과 자기기만을 끝내 외면하지 않는다. ‘몽상가들’이 단순한 청춘 예찬이나 시대의 향수에 머물지 않는 이유다.

▲ 트로피보다 논쟁으로, 현실을 외면한 젊음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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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들’은 화려한 수상 기록으로 기억되는 작품은 아니다.

2003년 베니스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고, 이듬해 유럽영화상 피플스 초이스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상을 휩쓴 영화라기보다 공개된 순간부터 상반된 해석을 불러일으키며 존재감을 키운 작품에 가깝다.

평단의 시선도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미국의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작품에 최고점인 별 네 개를 부여하며 베르톨루치가 완성한 화면을 “비범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감각적인 영상과 도발적인 관계가 1968년의 정치적 현실을 장식적인 배경으로 소비한다고 비판했다.

아름다운 청춘 영화와 현실을 외면한 젊음의 판타지. 서로 정반대의 평가는 지금도 공존한다. 그리고 그 엇갈림이야말로 ‘몽상가들’을 오랫동안 살아남게 한 힘이 됐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영화사에 대한 애정도 작품의 생명력을 더했다. 찰리 채플린부터 장 뤽 고다르, 프랑스 누벨바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영화가 인용되고, 세 주인공은 영화 속 대사를 현실의 언어처럼 사용하며 자신이 사랑한 장면을 삶으로 옮긴다.

특히 고다르 감독의 ‘국외자들’ 속 루브르박물관 질주를 재현하는 장면은 ‘몽상가들’을 대표하는 명장면으로 남았다. 영화는 세 사람에게 취미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그 지점이 지금까지 수많은 시네필이 ‘몽상가들’을 특별하게 기억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 배우가 완성한 강렬한 이미지 역시 작품을 오래 살아남게 했다.

‘몽상가들’은 에바 그린의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가족과 에이전트의 우려에도 작품을 선택한 그는 신비로움과 위태로움을 동시에 품은 이사벨을 통해 단숨에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신인이 됐다. 이후 ‘007 카지노 로얄’을 거쳐 국제적인 배우로 성장하며, ‘몽상가들’은 그의 출발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남았다.

마이클 피트와 루이 가렐 역시 서로 다른 결의 청춘을 완성했다. 한발 떨어져 쌍둥이의 세계를 바라보다 점차 그 안으로 스며드는 매튜와, 혁명을 꿈꾸면서도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테오는 세 배우의 불안정한 에너지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났다.

작품은 스크린을 떠난 뒤에도 끝나지 않았다. 개봉 20주년을 맞아 4K 리마스터링 작업이 진행됐고, 복원판은 다시 극장으로 향했다. 한 시대를 뒤흔든 논란이 일회성 화제였다면 불가능했을 귀환이다. ‘몽상가들’은 파격적인 장면을 넘어 영화와 청춘, 혁명에 관한 서로 다른 해석이 계속 충돌할 수 있는 작품이었기에 다시 살아남았다.

‘몽상가들’은 청춘을 낭만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자유를 꿈꾸던 세 사람은 결국 스스로 만든 방 안에 갇혀 있었고, 영원할 것 같던 젊음 역시 현실이라는 벽을 끝내 피하지 못한다.

한때 사람들은 이 영화를 문제작이라 불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남은 것은 파격이 아니라 질문이다.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인지, 현실을 외면한 자유는 과연 자유일 수 있는지, 그리고 청춘은 언제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지.

그래서 ‘몽상가들’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영화는 이제 가장 뜨겁고 불완전했던 청춘의 기록으로 다시 극장을 찾는다.

영화 ‘몽상가들’은 오는 12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한다.

강지호 기자 / 사진=영화 ‘몽상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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