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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시간이 빚어낸 감성…’부국제’가 먼저 알아본 신예 감독의 감각적 ‘데뷔작’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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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주목한 신예 감독의 첫 장편영화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기억을 붙잡으려 애쓴다. 그러나 때로는 꽉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빼고, 마음속에 머물던 복잡한 감정들을 ‘놓아주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행복이 보일 때가 있다. 이런 ‘마음의 궤적’을 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섬세하게 길어 올린 작품이 있다.

다이스케 감독의 첫 장편 영화 ‘고양이를 놓아줘’가 오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와 남다른 인연이 있다. 지난 2021년 단편 ‘창문’이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장편 데뷔작 ‘고양이를 놓아줘’ 역시 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바 있다.

그리고 ‘고양이를 놓아줘’는 “절제된 미학 속에 단단한 감정적 깊이를 품었다”, “일상 속에서 조용히 몰아치는 감정의 폭풍을 포착한 작품”,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절제된 터치로 섬세하게 포착했다” 등의 호평을 끌어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발견하고 전 세계 평단이 주목한 이 작품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고양이를 놓아줘’는 서로 다른 예술을 고민하는 인물들의 앙상블로 드라마를 쌓아간다. 영화에는 싱어송라이터 모리(후지이 소마 분)를 중심으로, 사진작가이자 그의 아내인 마이코(타니구치 란 분), 그리고 과거에 그림을 그렸던 아사코(무라카미 유키노 분)의 이야기가 담겼다. 삶의 패턴이 다른 세 인물은 각자의 고민과 정서를 펼쳐 보이며 이야기에 몰두하게 한다.

음악 작업에 진전이 없는 모리는 성공한 아내에게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 마이코는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하지만, 쉽게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 이런 모리의 인생은 그의 옛 연인 아사코가 등장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아사코는 모리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돌아보고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되는데, 이에 모리의 멈춰있던 시간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세 배우는 캐릭터들의 미묘한 감정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해 공감대를 높였다.

‘고양이를 놓아줘’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 달리, 실제로 고양이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은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고양이에 빗대었다고 제목의 의미를 밝혔다. 붙잡으려 할수록 도망가는 마음, 혹은 억지로 정리하려 할수록 엉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흘러가게 두는 것. 그것이 이 영화가 관객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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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음악과 사진, 그림이라는 세 가지 예술적 매개체를 통해 기억과 시간을 은유한다. 세 인물은 서로 다른 예술의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표현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예술이 삶으로 이어지며 ‘고양이를 놓아줘’만의 감성을 구축할 수 있었다. 이렇듯 캐릭터들이 각자의 예술을 통해 과거를 복기하고 현재와 화해하는 과정이 취향이 확고한 2030 세대의 마음을 저격한다.

모리 역의 후지이 소마는 실제 뮤지션으로서의 고민을 배역에 녹여내며 현실적인 연기를 펼쳤고, ‘고양이를 놓아줘’의 음악을 담당해 감정선을 두텁게 했다. 마이코가 사용하는 장비는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이 평소 사용했던 ‘핀홀 카메라’인데, 1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빛을 받아 이미지를 기록하는 장치다. 찰나를 포착하는 디지털 시대에 역행하는 이 느린 촬영 방식은 영화가 보여주려 했던 ‘시간의 무게’와 완벽하게 맞물리며 감성을 깊게 했다.

이 영화가 품은 진정성은 7년이라는 제작 기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이 최초엔 중편으로 기획한 이 프로젝트는 중간에 멈추는 불운을 겪었다. 그러나 감독은 당시 찍어둔 것을 잊지 않았고, 이를 인물의 기억으로 활용함으로써 7년 전의 영상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 ‘고양이를 놓아줘’ 속 과거와 현재 사이에는 물리적인 시간의 간극이 고스란히 스며들 수 있었다.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은 “과거에 촬영한 것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이 곧 과거의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라고 이번 작업을 돌아봤다. 제작과정의 우여곡절마저 영화의 일부로 흡수한 덕분에 ‘고양이를 놓아줘’는 독보적인 미학을 획득할 수 있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놓아주지 못한 고양이 한 마리쯤은 품고 살아갈지도 모른다. 과거의 기억에 붙잡혀 지금 이 순간의 공기마저 잊고 있는 이들에게 ‘고양이를 놓아줘’는 묻는다. 우리는 어디에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가. 격정적인 사건 없이도 관객의 내면을 거세게 흔드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고양이를 놓아줘’는 오는 26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주)안다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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