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 직조한 서늘한 ‘마녀’ 판타지…8년 만에 돌아온 독창적이고 대담한 ‘스릴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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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요아킴 트리에 감독의 독창적인 퀴어 스릴러 영화가 다시 극장가를 찾아왔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센티멘탈 밸류’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이름을 제대로 알렸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낯선 분위기를 담았던 ‘델마’가 지난 26일 재개봉해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났다.
‘델마’는 자신의 운명을 외면하던 주인공 델마(에일리 하보 분)가 매혹적인 여성 아냐(카야 윌킨스 분)를 만난 뒤, 거부할 수 없는 초자연적 힘을 마주하고 진정한 자아를 깨닫는 과정은 담았다. 언어화하기 힘든 내면의 깊은 상태를 감각적이고 서정적인 이미지로 포착해 온 감독의 손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억압된 금기와 욕망의 실체를 대담하게 파고든다.
‘센티멘탈 밸류’와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등을 통해 인간 심리의 이면을 날카롭게 해부해 온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첫 장르 영화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살려 독창적인 스릴러를 완성해 냈다. 이에 해외 평단은 “서서히 심장을 죄어오는 탁월한 서스펜스”, “서늘하고 매혹적으로 그려낸 감정적 각성”, “불안을 관능적이고 서늘하게 그려낸 작품” 등의 찬사를 보냈다.
2018년 최초 개봉 이후 8년 만에 돌아온 ‘델마’의 매력을 짚어봤다.

‘델마’는 과거 역사 속에서 ‘마녀’로 몰려 억울하게 희생된 여성들의 비극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현대적인 ‘마녀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는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실존적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 여성을 중심에 두고 슈퍼내추럴 장르의 요소를 접목시켜 기묘한 서장 서사를 구축했다. 엄격한 기독교 가정의 틀 안에서 자라나 깊은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델마가 내면의 균열을 겪는 과정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중점적으로 다뤘던 심리적 딜레마, 그리고 스티븐 킹의 소설들이 지닌 오컬트적 상상력과 단단하게 맞닿아 있다.
‘델마’에서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스릴러 장르의 문법 내에서 인간 내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영화는 초자연적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두려움과 해방의 감정이 담겨있다. 200개가 넘는 디지털 CG 숏과 다채롭게 펼쳐지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인물이 감당해야 하는 극심한 불안과 혼란을 생생하게 시각화했다. 야코브 이레 촬영감독은 북유럽의 장대한 자연이 가진 아우라와 밀실 공포를 유발하는 공간을 대조하며 인물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과 고립감을 극대화했다.
1,000명이 넘는 오디션 경쟁을 뚫은 에일리 하보와 카야 윌킨스의 생생한 연기도 관람 포인트다. 에일리 하보는 이 작품 전까지 연기 경험이 없었지만,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순수함과 성숙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그에게서 독특한 재능이 있다고 확신했다. 이에 부응하듯 에일리 하보는 델마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그려냈다. 뱀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연기는 물론,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히는 고된 수중 훈련까지 대부분의 주요 장면을 스턴트 없이 직접 소화하며 초자연적인 상황을 목격하는 캐릭터에게 설득력을 부여했다.

뮤지션 ‘오케이 카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온 카야 윌킨스는 요아킴 트리에의 설득 끝에 ‘델마’에 합류했다. 카야 윌킨스 역시 연기 경험이 전무했는데, 현장의 분위기를 이끌며 카메라 앞에서는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억압의 장벽을 깨고 나오는 델마와 그를 거침없이 흔드는 아냐의 관계는 팽팽한 긴장감과 관능적인 무드를 동시에 자아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요아킴 트리에 감독은 치밀하게 짜인 각본 속에서도 배우들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재즈 테이크’ 연출 방식을 적극 활용해 두 배우가 가진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를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델마’는 스릴러 장르로서의 재미와 인간 내면을 향한 감독의 탐구정신이 충돌해 시너지를 낸 작품이다. 1970년대 지알로 영화나 애드리안 라인, 토니 스콧,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작품이 다뤘던 불안과 필멸성에 영감을 받아 쌓아 올린 세계관은 영화 전반에 쓸쓸하면서도 매혹적인 온도를 불어넣었다. 여기에 1800년대 노르웨이 동화의 고딕적 분위기와 북유럽 신화의 모티프가 조화롭게 녹아들어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예술적 영감과 장르적 야심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이 영화는 억압을 딛고 비로소 자신의 참된 의지를 마주하는 한 인간의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각성을 그려낸다. 거장으로 우뚝 선 요아킴 트리에의 특별한 감성과 신선한 서사를 큰 스크린에서 경험하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다.

요아킴 트리에의 매혹적인 퀴어 스릴러 영화 ‘델마’는 지금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그린나래미디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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