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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5주 차에도 22일 연속 1위 수성…해외 영화제까지 씹어먹은 韓 영화

허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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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허장원 기자] 극장가에서 개봉 첫 주의 기세를 한 달 넘게 이어가는 영화는 드물다. 입소문이 관객을 다시 불러 모으지 못하면 순위표에서 금세 밀려나기 마련이다. 개봉 5주 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한국영화 정상을 내주지 않은 영화가 있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울린 총성과 영부인 육영수의 죽음을 소재로 한 ‘팩션’ 영화로, 진실을 묻고 쓸 자유가 없던 시대를 정면으로 다룬다.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경호를 맡았던 형사 박철구, 신문사 사회부장 김재환, 신입기자 한영일이 공식 발표와 어긋나는 사실을 하나씩 좇고, 그 길목마다 정보기관의 압박과 회유, 협박이 기다린다. 일반 관객에게는 범인과 배후를 쫓는 추적극의 긴장감이, 시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진실을 묻는 사람들이 처했던 현실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 22일 연속 정상…입소문이 만든 장기 흥행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21일 오전 7시 기준 누적 관객 수 328만 1,594명을 기록했다. 22일 연속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다. 지난 12일 개봉 2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넘어섰고, 2026년 개봉 한국영화 흥행 4위에 이름을 올렸다. 4주 연속 주간·주말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정상도 지켰다.

긴 흥행의 동력은 관객 평가다. CGV 골든에그지수 92%, 롯데시네마 관람객 평점 9.2점,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 8.9점을 유지하고 있다. 관람평에는 “시선을 끝까지 잡고 가는 탄탄한 연출 그리고 곳곳에서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CGV), “그때 시대상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긴장감 있게 연기를 너무 잘했다”(CGV), “대한민국 연기 잘하는 배우는 모두 나온 거 같네요~”(CGV), “굿굿굿, 이것이 영화다”(롯데시네마), “탄탄한 줄거리, 좋은 연기, 반가운 많은 배우들”(메가박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이야기의 몰입감과 이를 받치는 배우들의 존재감을 향한 찬사가 대부분이다.

미스터리 추적극의 촘촘한 전개와 허진호 감독의 밀도 있는 연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고른 호평을 받았다. ‘누가 쏘았는가’라는 질문은 관객을 끝까지 극장에 붙잡아 두는 장치가 된다. 개봉 초반의 화제성에 기대기보다, 관람 후기가 다음 관객을 부르는 흐름이 만들어졌다. 개봉 5주 차에도 한국영화 정상을 지키고 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 토론토에서 싱가포르로…’묻는 자유’를 향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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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향한 관심은 해외로도 번졌다. ‘암살자(들)’은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처음 공개됐다. 세계 각국의 영화인과 관객이 모이는 무대에서 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을 먼저 선보였다. 21일 개막하는 제37회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서는 개막작으로 선정돼 현지 관객과 만난다.

영화가 되살린 1974년은 언론 자유가 시험대에 오른 해였다. 그해 8월 8일 미국에서는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이 사임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긴급조치가 잇따라 선포되며 유신체제가 강화됐다. 1월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말 한마디로도 군법회의에 회부될 수 있는 긴급조치 1호가 선포됐고, 4월부터는 긴급조치 4호 위반으로 민청학련 관련자 1,000여 명이 연행되고 180여 명이 기소됐다.

같은 해 10월 24일 동아일보 기자들은 “자유언론은 어떠한 구실로도 억압될 수 없으며 어느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것임을 선언한다”는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발표했다. 영화 후반 김재환 사회부장이 이 선언을 낭독하는 장면은 극 중 신문사가 겪는 압박을 당시의 공기와 맞닿게 한다. 실제로 그해 12월 정부의 압박으로 광고가 끊긴 동아일보는 백지 광고를 내보냈고, 시민들은 그 빈칸을 격려 광고로 채웠다. 이듬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기자들은 해직과 파면으로 편집국을 떠나야 했다.

흥행만큼 논쟁도 뜨겁다. 영화를 둘러싸고 역사 왜곡 공방이 벌어졌고, 해외 영화제 상영 철회 요구와 국정감사에서의 문제 제기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창작을 더한 팩션인 만큼,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 역시 작품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되고 있다. 영화는 누가 쏘았는지와 함께 누가 묻지 못하게 했는지를 관객에게 묻는다.

‘암살자(들)’은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허장원 기자 / 사진= 영화 ‘암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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