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리포트=강지호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났던 영국 드라마 ‘빌어먹을 세상 따위’가 넷플릭스를 떠난다. 공개 100일 만에 영국에서 310만 명의 시청자를 모으고, 평론가 호평 지수 96%를 기록한 작품의 아쉬운 작별이다.
국내에서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공개된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오는 11월 4일을 마지막으로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없게 될 예정이다. 2017년 첫선을 보인 지 약 9년 만이다.
넷플릭스가 직접 오리지널 시리즈로 소개했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번 서비스 종료 소식은 더욱 눈길을 끈다.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드라마가 어째서 넷플릭스를 떠나게 된 것일까.


▲ 공개 100일 만에 310만 명…69%가 하루 만에 정주행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찰스 포스먼의 동명 그래픽노블을 원작으로 한 영국 블랙코미디 드라마다. 자신을 사이코패스라고 믿는 소년 제임스(알렉스 로더)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녀 앨리사(제시카 바든)가 함께 길을 떠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평범한 청춘 로맨스와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은 도피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고, 폭력과 범죄, 가족 문제를 마주한다. 작품은 잔혹한 상황에 건조한 유머를 더하면서도 불안정한 두 청소년의 내면을 따라간다.
2017년 영국 채널4를 통해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공개 직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채널4의 2017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올4(All 4)에서 공개 100일 만에 약 310만 명의 시청자를 기록했다. 특히 시청자의 69%가 하루 만에 시리즈 전편을 감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채널4는 이 작품을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표적인 흥행작으로 소개했다. 짧은 회차와 빠른 전개,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선택이 맞물리며 시청자들의 정주행을 이끌어낸 것이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채널4의 스트리밍 경쟁력을 입증한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 평론가 호평 96%·영국 아카데미 2관왕…작품성까지 인정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은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평단에서도 호평받았다.
미국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시즌1은 평론가 긍정 평가 비율 96%를 기록했다. 시즌2 역시 92%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IMDb에서도 작품 전체 평점 8.0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는 시상식 성과로도 이어졌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2020년 영국 아카데미 텔레비전상(BAFTA TV Awards)에서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상을 수상했다. 시즌2에서 보니 역을 맡은 배우 나오미 애키도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며 작품은 2관왕에 올랐다.
특히 최우수 드라마 시리즈상 부문에서는 넷플릭스 ‘더 크라운’을 비롯해 ‘기리/하지’, ‘젠틀맨 잭’ 등 쟁쟁한 후보작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국에서 시작된 작은 청춘 드라마가 세계적인 화제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2019년 공개된 시즌2를 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총 2개 시즌, 16부작으로 완결된 작품은 독특한 연출과 예측할 수 없는 전개, 두 주인공의 관계를 통해 기존 청춘 드라마와는 다른 매력을 남겼다.


▲ 넷플릭스 오리지널인데 왜 사라질까
이번 서비스 종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이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는 영국 채널4와 넷플릭스가 함께 선보인 작품이다. 영국에서는 채널4를 통해 먼저 공개됐으며, 넷플릭스는 영국 이외 지역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역시 해당 작품을 오리지널 시리즈로 소개해 왔다. 그러나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명칭이 반드시 플랫폼의 영구적인 서비스 권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하고 권리를 보유한 작품도 있지만, 다른 방송사나 제작사와 협력해 일정 기간 독점 배급하는 콘텐츠 역시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넷플릭스 전문 매체 왓츠 온 넷플릭스(What’s on Netflix)는 이번 서비스 종료가 배급 계약 만료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구체적인 계약 기간이나 권리 관계는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종료 사유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았던 작품도 계약 구조에 따라 플랫폼에서 내려갈 수 있다. 흥행 성적이나 작품성과는 별개로 OTT 콘텐츠에도 서비스 기한이 존재하는 셈이다.
2017년 첫선을 보인 뒤 9년 가까이 시청자들과 함께했던 ‘빌어먹을 세상 따위’. 제임스와 앨리사의 위태롭고도 특별한 여정을 넷플릭스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는 11월 4일을 마지막으로 넷플릭스와 작별을 앞둔 가운데, 아직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지 못한 시청자에게는 첫 정주행을, 이미 작품을 사랑했던 시청자에게는 마지막 정주행을 할 시간이 남아 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넷플릭스 ‘빌어먹을 세상 따위’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