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못 하면 동물 된다…제작비 4배 벌고→칸 찾더니 11년 만에 재개봉 결정된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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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지호 기자] 사랑하지 않으면 동물이 된다. 기묘하고도 잔혹한 설정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영화 ‘더 랍스터’가 11년 만에 극장으로 돌아온다. 제작비의 4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거두고 칸국제영화제 수상까지 이뤄낸 작품이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더 랍스터’가 오는 11월 11일 국내 재개봉한다. 지난 2015년 10월 첫 개봉 이후 11년 만이다. 이번 재개봉은 CGV 단독으로 진행되며, 새롭게 번역한 자막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사랑을 해야만 살아남는 세계. 그곳에서 사랑은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다. 11년 전 낯선 충격을 안겼던 ‘더 랍스터’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까.
▲ 45일 안에 연애 못 하면 동물 된다…기괴한 로맨스의 탄생
‘더 랍스터’는 가까운 미래, 독신자들이 45일 안에 연인을 찾지 못하면 자신이 선택한 동물로 변해야 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 영화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콜린 파렐)는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호텔에 들어간다. 주어진 시간은 단 45일. 그 안에 연인을 찾지 못하면 인간으로서의 삶을 끝내고 동물로 변해야 한다.
데이비드가 선택한 동물은 랍스터다. 오래 살고, 바다를 좋아하며, 죽을 때까지 번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결국 데이비드는 호텔을 벗어나 숲으로 도망친다.
아이러니하게도 숲의 규칙은 호텔과 정반대다. 호텔에서는 반드시 연애해야 하지만, 숲에 모인 독신자들은 사랑에 빠지는 것 자체를 금지한다. 사랑을 강요하는 호텔과 사랑을 금지하는 숲. 정반대의 규칙을 가진 두 공간은 개인의 선택을 통제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더 랍스터’는 연애와 결혼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를 극단적인 설정으로 비튼다. 잔혹한 상황 속에 건조한 유머를 녹여내며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가장 기이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 제작비 4배 흥행→칸영화제 심사위원상…작품성까지 인정
기발한 상상력으로 출발한 ‘더 랍스터’는 흥행과 작품성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영화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더 랍스터’의 전 세계 누적 흥행 수익은 약 1,758만 달러다. 제작비는 약 400만 달러로 알려졌다. 전 세계 극장 매출이 제작비의 약 4.4배에 달하는 셈이다.
평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미국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 호평 지수 80% 후반대를 기록했으며, 메타크리틱에서도 100점 만점에 82점을 받았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더 랍스터’는 2015년 제68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이어 2017년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배우진도 화려하다. 콜린 파렐과 레이첼 와이즈를 비롯해 레아 세두, 올리비아 콜먼, 벤 위쇼, 존 C. 라일리 등이 출연했다. 배우들은 절제된 표정과 건조한 대사로 영화 특유의 기묘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 11년 만에 스크린 귀환…사랑의 조건을 다시 묻다
‘더 랍스터’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첫 영어 장편영화다. 그리스 영화계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국제적인 인지도를 넓혔다.
이후 ‘킬링 디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 등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가여운 것들’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오르며 란티모스 감독의 이름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것은 기이한 세계 속에 숨겨진 인간의 본성이다. ‘더 랍스터’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속 인물들은 연인이 있어야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 혼자 남은 사람은 인간으로 살아갈 자격조차 잃는다. 사랑은 감정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상대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사랑을 거부하는 세계에서도 자유는 허락되지 않는다. 호텔에서는 사랑해야 하고, 숲에서는 사랑해서는 안 된다. 어느 쪽에도 스스로 선택할 권리는 없다.
결국 영화가 묻는 것은 사랑의 유무가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어디까지 자신을 바꿀 수 있는지, 또 누군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인지에 관한 질문이다.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더 랍스터’가 던지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랑을 해야 한다는 압박과 혼자 살아가는 삶을 향한 시선은 지금도 우리 사회 곳곳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으면 동물이 되는 세계. 그곳에서 인간으로 남기 위해서는 사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을 선택할 자유조차 없는 곳에서 과연 진짜 사랑이 가능할까.
오는 11월 11일, ‘더 랍스터’가 다시 스크린에 오른다. 11년 전 이 기묘한 세계를 경험했던 관객에게는 새로운 해석을, 아직 작품을 만나지 못한 관객에게는 낯선 질문을 건넬 예정이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영화 ‘더 랍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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