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허장원 기자] 지난 3월 극장에서 개봉했을 당시 관객 수 10만 명을 겨우 넘긴 영화 한 편이 넷플릭스에서 반전을 이뤄내고 있다.
영화 ‘스트리밍’은 개봉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지난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자마자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영화’ 부문 1위에 오르며 역주행 흥행을 시작했다. 19금 등급의 스릴러물이 OTT 플랫폼에서 재조명된 사례로, 극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날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가 주목된다.
▲ 실시간으로 범죄를 추적하다…파격적인 설정과 전개
‘스트리밍’은 제목 그대로 스트리밍 플랫폼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한 스릴러다. 영화는 구독자 수 1위를 자랑하는 범죄 전문 스트리머 ‘우상'(강하늘)이 미제 연쇄살인사건의 단서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이른바 ‘옷자락 연쇄살인사건’으로 불리는 미해결 범죄의 흔적을 좇아가던 그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사건을 추적하며 수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게 된다.
그러나 단순한 콘텐츠 소비를 넘어서 점차 현실의 위협이 다가오기 시작하고, 방송과 실제 범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영화는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치닫는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우상’이 범인과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도 카메라 앞에 앉아 시청자들에게 멘트를 날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오직 저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제 진짜로 갑니다”라는 그의 대사는 현실과 방송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 1인 방송을 그대로 옮기다…형식적 실험과 몰입도
‘스트리밍’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형식적 파격이다. 고정된 1인 카메라 앵글, 실시간 채팅창, 후원 배너 등 실제 스트리밍 방송의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영화에 구현하며 관객들에게 마치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이러한 포맷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극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장치로 활용된다.
조장호 감독은 이런 형식을 통해 관객이 ‘우상’이라는 인물을 그저 지켜보는 시청자가 아니라 때로는 공모자가 될 수도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드러낸다. 특히 약 10분 가까이 이어지는 원테이크 장면에서는 강하늘의 연기력이 더욱 빛난다. 화면에 단 한 명의 배우만 등장하는 상황에서 몰입감을 잃지 않고 극을 끌고 가는 그의 집중력은 단연 압도적이다.
▲ 강하늘의 변신…’선한 이미지’ 벗고 광기로 몰입하다
배우 강하늘은 ‘스트리밍’을 통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기존의 선하고 바른 청년 이미지를 벗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중독된 1인 방송 스트리머 ‘우상’을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 방송 중 허세를 부리고 때로는 비윤리적인 선택도 서슴지 않는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를 디테일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다.
특히 범죄를 추적하는 과정을 하나의 ‘쇼’처럼 포장해내는 우상의 모습은 현대 미디어 환경의 자극성과 도덕적 해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강하늘은 영화 전체 러닝타임의 90% 이상을 혼자 카메라 앞에서 소화하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지탱했다. 연기력은 물론 심리적 압박감을 오롯이 드러내는 얼굴의 변화와 말투, 눈빛은 관객들을 끝까지 스크린 앞으로 끌어당긴다.
‘스트리밍’은 극장 개봉 당시 관객 수 10만 명을 간신히 넘겼다. 제한된 홍보와 19금 등급, 그리고 다소 생소한 포맷 탓에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재공개되자 특유의 형식과 배우의 연기력이 입소문을 타며 순식간에 시청 순위 1위에 올랐다.
이는 단지 한 편의 영화가 성공한 사례를 넘어 지금의 콘텐츠 소비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다. 관객이 직접 시간을 내 극장을 찾기보다 집에서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스트리밍 환경이 특정 장르나 실험적인 형식의 작품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을 입증한 셈이다. ‘스트리밍’은 그 제목처럼 바로 그 플랫폼에서 진가를 발휘한 셈이다.
강하늘의 광기 서린 눈빛, 화려한 언변, 미친 흡인력으로 도파민 터지는 실시간 방송을 제대로 구현한 영화 ‘스트리밍’은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구글플레이, Apple TV, 씨네폭스, 왓챠 등의 OTT 플랫폼은 물론 IPTV 서비스인 KT Genie TV, SK Btv, LG U+TV는 물론 홈초이스, KT스카이라이프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허장원 기자 hjw@tvreport.co.kr /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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