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범인은 누구인가.
22일 밤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서는 50년 전 부산을 공포로 몰아넣은 어린이 연쇄 살인 사건이 조명됐다. 리스너로는 가수 김종국, 개그맨 임하룡, 가수 겸 배우 정은지가 출연했다.
1975년 8월 나흘 간격으로 부산 서구 장림동, 동구 좌천동에서 7세 김지은(가명) 양, 5세 김도훈(가명) 군이 감쪽 같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두 아이는 결국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는데, 김 군의 몸에는 섬찟한 문구가 남겨져 있었다. 바로 범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후하하, 죽였다’라는 문구였다.
범인은 마치 게임을 하듯 아이들의 몸에 단서를 남기며 경찰 수사를 조롱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다. 파출소로 전화해 “수사 좀 잘하라. 그래서 나를 잡을 수 있겠느냐”라며 7698이라는 정체불명의 숫자를 복창시키기도 했다. 훗날 이 숫자는 또 다른 유괴 피해자 이정숙 양(당시 9세)의 집 전화번호 뒷자리로 밝혀졌다.
당시 부산 매체 국제신보 기자였던 조갑제 칼럼니스트는 “현장에 있던 모든 기자들이 내려갈 때 박몽계 기자가 다시 올라가서 ‘신발이 없어진 게 이상하다’고 말하면서 이 사건이 알려졌다”며 “당시 부산에는 공포감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공포영화 보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사건이 매스컴을 타면서 부산에선 학교 앞이 연일 학부모들로 떠들썩했고, 해 진 길거리에 더 이상 아이들이 나오지 않았다. 10만 장이 넘는 몽타주가 배포되고, 3만여 회의 반상회가 열릴 정도로 사회적 충격이 컸다.
서정우 당시 동부경찰서 형사는 “우리 경찰들은 보통 큰 사건이 터지면 동일 수법 전과자부터 추적하는데 동일 수법 전과자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 형사는 “어린애 죽여놓고 글 쓰는 그런 동일 수법 전과자를 찾았는데 희대 사건으로 희귀한 사건이라 수사본부에서도 방향 제시를 바로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유사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연관성을 살펴보며 수사의 끈을 놓지 않았으나, 끝내 진범을 잡지 못해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인은 시대를 앞질러간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당시 경찰은 이런 종류의 범죄를 형사 생활 몇십 년 하면서 본 적이 없어 대처를 못했다”고 분석했다.
‘꼬꼬무’는 세 명의 이야기꾼이 스스로 공부하며 느낀 바를 각자의 이야기 친구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1:1 로 전달하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밤 10시 30분 SBS에서 방송된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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