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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자(들)’, 침묵이 강요된 시대…1974년 그날의 진실을 좇다 [리뷰]

박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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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 기사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TV리포트=박정수 기자] 1974년 8월 15일의 사건이 허진호 감독과 배우들을 통해 스크린에 다시 재현됐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서로 다른 인물들의 시선으로 저격 사건을 마주한다.

영화 ‘덕혜옹주’, ‘천문: 하늘에 묻는다’, ‘보통의 가족’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의 신작이다. 1,690만 관객을 동원한 ‘왕과 사는 남자’의 유해진을 비롯해 허 감독과 ‘덕혜옹주’ 이후 10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박해일,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인 이민호가 출연했다. 특히 ‘서울의 봄’을 제작한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을 맡아 개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영화는 저격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사건의 순간까지 빠르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제29회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던 날, 전 국민이 지켜보는 생중계 현장에서 박철구(유해진), 김재환(박해일), 한영일(이민호) 세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영부인 저격 사건을 목격한다. 모두 이 상황에 의문을 품지만, 사건의 범인은 문세광(박정민)으로 발표되며 서둘러 종결된다.

침묵이 강요된 시대, 세 사람은 자신의 위치에서 저격 사건의 진실을 좇는다.

경찰, 신문사 부장 그리고 막내 기자로 서로 다른 위치에 있던 세 사람은 저격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도, 진실에 다가가는 방법도 다르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려 했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경찰 박철구는 국가에 대한 신념과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저격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과 충돌하는 국가권력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국가에 대한 믿음에 균열이 생기며 내면의 변화를 겪는다.

신문사 사회부장 김재환 역시 진실을 알리기 위해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유신독재 시절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수많은 검열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이어가며 맞선다. 특히 신문사의 막내 한영일을 묵묵히 이끌며 차분하지만 단단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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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일은 막내다운 뜨거운 에너지를 보여준다. 다소 서툴지만 앞뒤 재지 않고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신문사에 활력을 더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허진호 감독의 연출은 영화의 몰입도를 끝까지 유지한다. 공간과 소품, 의상 등 시대적 디테일 역시 1974년의 풍경을 현실감 넘치게 구현해냈다. 여기에 박정민, 정우성을 비롯해 심은경, 오달수, 박성훈, 배성우, 오정세, 신현빈, 박해준 등 여러 배우들의 특별 출연 역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는 저격 사건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과 언론에 가해진 검열, 국가권력의 개입을 그려내며 1974년이라는 시대가 개인에게 어떤 침묵을 요구했는지를 보여준다.

작품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당시의 정치적 분위기와 외교적 상황에 대한 영화적 해석이 더해진다. 극 중 영일의 형으로 나오는 한 회장(정우성)은 국가적 사업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애국’을 강조하는 반면, 김재환은 그 이면에 놓인 ‘진실’을 좇는다. 같은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가치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이 맞물리며 긴장감을 더한다.

이처럼 영화는 하나의 사건을 특정 인물의 관점에만 가두지 않고, 그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선택을 함께 그린다. 이러한 영화의 시선은 ‘암살자(들)’이라는 제목에도 담겨 있다. 단순히 ‘암살자들’이 아닌 괄호 속 ‘들’을 강조한 것은 하나의 저격 사건에 얽힌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한다. 

5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영화는 여전히 남아 있는 사건의 의혹을 다시 들여다본다. 진실을 좇는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진다.

오는 23일 개봉. 러닝타임 131분. 12세 이상 관람가

박정수 기자 / 사진= (주)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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