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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한 변주로 팬들을 만족시킨 속편…노재원의 존재감이 돋보였던 ‘타짜: 벨제붑의 노래’

강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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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타짜: 벨제붑의 노래’가 시리즈의 부담감을 이겨내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에서 ‘타짜’의 속편만큼 가혹한 운명을 가진 영화가 있을까. 형만 한 아우 없다지만, ‘타짜’ 시리즈는 매번 적지 않은 관객을 동원했음에도 1편과의 비교에 시달리며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매번 다른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서사를 전개했지만, 최동훈 감독과 조승우가 보여줬던 1편의 아우라를 넘어선 작품이 없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이 작품 역시 비슷한 운명에 놓일 거라 생각했다. 도박이라는 소재와 범죄 오락 영화라는 큰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시리즈의 특성상 뭔가를 더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영리한 선택으로 1편과의 비교를 피해 갔고, 시리즈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새로운 장점을 내세우는 데 성공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1편의 장점을 적극 수용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오마주의 형태로 반복하며 시리즈의 팬들을 만족시켰다. 인기 대사와 미장센을 다수 끌어와 2006년작 ‘타짜’의 향수를 자극했다. 유명 대사를 대놓고 따라 하는 장면들을 비롯해 명장면의 구도를 재현하는 등 ‘타짜’를 향한 감독의 애정이 곳곳에 보인다. 메가폰을 잡은 최국희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이번 작품에서 1편의 흔적을 찾는 재미가 있을 거라며, 존경의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주인공의 추락과 도박 스승의 등장, 치명적 매력을 가졌지만 쉽게 믿을 수 없는 여성 캐릭터, 그리고 도박판에서 목숨을 건 마지막 베팅까지 이번 영화는 ‘타짜’ 시리즈의 문법을 성실히 옮겼다. ‘타짜’를 넘어야 할 산이 아닌, 우상화하는 전략을 택한 점이 흥미롭다. 이와 함께 변요한과 노재원의 매력을 부각하며 ‘타짜: 벨제붑의 노래’만의 장점을 어필하기도 했다. 영화는 두 인물의 치열한 대결을 동력 삼아 선 굵은 이야기를 전개했다.

관객은 절친에게 배신당한 장태영(변요한 분)에게 이입해 처절한 생존 서사를 따라가게 된다. 비열하고 잔혹한 방법으로 친구를 처리한 박태영(노재원 분)에게 분노를 갖고, 그를 차츰 무너뜨려가는 장태영의 전략을 보며 복수의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열등감을 집착과 광기로 표출하는 박태영과 극한의 상황에서도 여유와 호쾌함을 잃지 않는 장태영은 양극단에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의 충돌만으로도 ‘타짜: 벨제붑의’ 노래’엔 강렬한 에너지가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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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활한 변요한이 만드는 활기와 속을 알 수 없는 노재원의 섬뜩함을 바탕으로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범죄 오락물로서 충분한 재미를 구축했다. 덕분에 청불 영화의 한계를 딛고 흥행 질주 중이다. 물론, 결점도 명확하다. ‘타짜’ 시리즈만 보여줄 수 있는 도박에서의 심리전이 잘 보이지 않는다. 카드 게임에서 오는 두뇌 싸움과 긴장감이 현저히 낮아졌는데, 조금 과장하면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도박, 혹은 ‘타짜’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은 작품이다.

이는 영화의 중심에 있는 홀덤이 비교적 낯선 게임이었다는 데서 오는 한계로 볼 수 있다. 이 게임을 관객에게 완벽히 이해시키려 했다면, 많은 시간을 설명하는 데 썼어야 한다. 설명은 지루함을 야기하고, 오락영화로서 매력을 반감시킨다. 때문에 영화는 게임의 과정 대신, 승부의 양상을 배우의 표정으로 드러내는 방법을 택했다. 도박의 긴장감이 있던 자리는 배우들의 연기 대결로 대체됐고, 그래서 배우가 더 돋보이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두 주연을 비롯해 적은 분량에도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이 많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단연 돋보이는 건 노재원의 존재감이다. 비슷한 나이대의 배우들 중 가장 특이한 결의 연기를 펼치고 있는 그를 러닝타임 내내 관찰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하나의 표정에서 다양한 감정, 특히 불안감을 잃게 하는 그의 연기는 대사와 신을 한층 입체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적인 대사를 서늘하게 변모시키는 노재원의 연기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도 조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단편적일 수 있는 빌런과 복수극의 서사에 레이어를 더하며 극의 몰입감을 높였다.

이런 이유로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노재원의 첫 영화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오래 회자될 작품으로 보인다. 그가 쥘 다음 패를 하루빨리 열어보고 싶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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