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한국 영화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10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가 제87회 칸영화제 초청작을 발표했다. 한국 장편 영화는 경쟁·비경쟁 부문 모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로써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칸 영화제에서 한국 장편 영화를 볼 수 없게 됐다.
작년엔 비경쟁 부문에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초대받아 한국 영화의 체면을 살렸다. 그러나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하는 경쟁 부문에 한국 영화는 3년째 자취를 감췄다. 가장 최근에 칸 영화제에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한국 영화는 2022년 공개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었다. 한국 제작사의 영화로 확대하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도 같은 해 초대를 받았다.
한국 영화계엔 충격적인 소식일 수밖에 없다.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칸 영화제는 영화인들의 축제다. 2000년 ‘춘향뎐’이 경쟁 부문에 최초로 초대받은 이후 꾸준히 한국 영화를 칸 영화제에서 볼 수 있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 홍상수 감독의 ‘극장전'(2005), 이창동 감독의 ‘밀양'(2007),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8) 등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한국 영화를 빛냈다.
올해는 연상호 감독·박정민 주연의 ‘얼굴’, 김병우 감독·이민호 주연 ‘전지적 독자 시점’ 등이 출품됐고 영화제의 호명을 기다렸다. 하지만 칸의 레드카펫을 밟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병헌과 손예진이 출연한 ‘어쩔수가없다’가 경쟁 부문에 진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제작 일정상 출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칸 영화제는 한국 영화와 배우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축제로 영화인들을 설레게 했다. 전도연과 송강호가 ‘밀양'(2007)과 ‘브로커'(2022)로 각각 여우·남우주연상을 손에 쥐며 연기력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받았고,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기도 했다. 이런 영광의 시간이 있었기에 올해의 결과가 더 충격적이다.
한편, 제78회 칸 영화제는 오는 5월 13일부터 24일까지 프랑스 칸 일대에서 진행된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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