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법자 연예인’ 감싸는 삐뚤어진 팬심, 어디까지가 사랑인가 [리폿-트]

[TV리포트=이지은 기자] 연예인을 사랑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사랑이 죄까지 덮어선 안 된다. 최근 연예인들의 음주, 마약 등 범죄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팬심의 방향성’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다시는 안 그런다고 했잖아요”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에 대한 기사나 비판이 나올 때마다 댓글창을 가득 채우는 팬들의 단골 멘트다. 이쯤 되면 죄를 지은 건 연예인이 아니라, 그를 비판한 대중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팬심’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도덕의 왜곡. 그 중심엔 언제나 ‘사랑’이라는 말이 면죄부처럼 따라붙는다.

음주 뺑소니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가수 김호중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징역 2년 6개월의 형량이 확정된 가운데, 그의 팬덤은 변함없는 지지 의사를 표했다.

15일 김호중 팬카페 운영진은 “김호중이 오랜 시간 깊은 고민 끝에 이날 상고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흔들림 없이 중심 지키며 가수 님의 복귀를 함께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호중은 지난해 5월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의 한 도로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반대편 차로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은 뒤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고 직후 도주한 김호중은 약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석했다. 그는 초반에는 음주 운전을 부인했으나, CCTV 영상 등에서 음주 정황이 드러나자 사고 열흘 만에 범행을 인정했다.

사고 당시 김호중이 음주 측정을 피하려 술을 구입하는 모습이 CCTV에 잡히기도 했으나 검찰은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산하는 위드마크 공식만으로는 정확한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해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김호중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기일을 열고 1심과 같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에 김 씨 측 변호인은 2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3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상고를 포기한 채 남은 형을 살기로 했다.

김호중은 지난 3월 항소심 두 번째 공판기일이 열리기에 앞서 재판부에 100장에 달하는 반성문을 제출하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일이 다가오자 반성문 34장을 추가로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의 선처를 바라는 팬들의 탄원서 접수도 이어졌다. 김호중은 구속 기간 중 팬덤 ‘아리스’에게 “지난날의 저를 성찰하고 있다. 세상은 모든 걸 잃었다고 제게 말하지만, 저는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다시 왔다고 서로 인사하는 그날까지 건강하고 기다려달라”라며 자필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음주운전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운전대를 잡은 순간, 타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행위다. 그런데도 스타라는 이유로 이를 ‘실수’로 축소하고, ‘용서’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반복된다면, 대중은 어느새 범죄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적인 실수와 사회적 범죄는 구분되어야 한다.

배우 유아인의 사례 역시 마찬가지다.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등 의료용 마약류를 총 181회 투약하고, 타인 명의로 수면제 1100여 정을 불법 처방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 2월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그간 충무로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했던 유아인은 사건이 터지기 전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와 영화 ‘승부’ 등 여러 작품을 찍어둔 상태였다. 그러나 마약 파문으로 ‘종말의 바보’는 그의 분량이 일부 편집된 채 지난해 4월 공개됐으며 영화 ‘승부’는 2023년 공개 예정이었으나 주연배우 유아인이 마약 투약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되면서 공개 일정이 미뤄졌고, 지난 3월 26일에 개봉했다.

이처럼 그가 주연을 맡은 다수의 작품이 개봉 잠정 중단되는 등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일부에서는 ‘민폐’라는 단어조차 부족하다는 반응까지 나왔으나 팬들의 반응은 달랐다. 유아인의 팬들은 그의 공판 때마다 탄원서를 제출하며 여전한 팬심을 드러냈다.

실제 6차 공판에는 그의 팬들이 방청권을 직접 신청해 참석하기도 했으며 공판이 끝난 후에도 팬들은 유아인이 이동하는 길을 따라 일렬로 서서 손을 흔들며 응원했다. 앞서 4차 공판 현장에는 ‘힘내세요’, ‘우리는 언제나 유아인 편’, ‘다 잘 될 거야’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서있는가 하면 5차 공판 때는 선물을 건넸다.

학폭, 성범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처음엔 대중의 분노가 들끓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팬덤’은 되레 보호막이 된다. 그들이 복귀를 선언할 때마다 “이제는 됐다”,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반복은, 연예인에게 ‘죄를 짓고도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학습효과를 남길지도 모른다.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연예인을 아무 비판 없이 감싸는 순간, 팬은 더 이상 ‘응원자’가 아니다. 그들이 죗값을 제대로 치르고, 진정한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침묵하고 기다리는 것은 배신이 아닌 우리가 해야 할 진짜 ‘사랑’일 것이다.

이지은 기자 lje@tvreport.co.kr / 사진= TV리포트 DB